검색결과 리스트
멕시코에 해당되는 글 26건
- 2008.03.17 Piste - Chichen Itza 의 밤 #1
- 2008.03.13 Chichen Itza 의 야간 조명 쇼
- 2008.03.10 칸쿤을 떠나다...
- 2008.03.07 Blue Bay Spa & Resort 의 해변 풍경
- 2008.03.05 Inside the Adult Only Resort 2
- 2008.03.04 Cancun Blue Bay Gateway & Spa
- 2008.03.03 Tulum 에서 돌아온 날 저녁 Cancun
- 2008.03.03 Tulum 나머지 사진 들
- 2008.03.02 "두껍아 헌집 줄께 새집 다오"
- 2008.03.02 Tulum 카리브 해변 사람들
- 2008.03.01 Tulum의 카리브 해변
- 2008.03.01 Tulum #3: El Castillo
- 2008.03.01 Tulum - 마야 유적지 뚤룸 #2
- 2008.02.13 Tulúm - 뚤룸 마야 유적지 입구 #1
- 2008.02.12 Piñata - 멕시코 전통 박 터트리기?
- 2008.02.03 망각의 역사: Cancun 2003 WTO 투쟁 2
- 2008.02.03 Cancun - Downtown
- 2008.01.28 Cancun - 해변의 신부
- 2008.01.28 Cancun - Zona Hotelera 해변 풍경 1
- 2008.01.22 Cancun - Zona Hotelera 가는 길 3
글
Piste - Chichen Itza 의 밤 #1


치첸이차 유적에서 2km 정도 떨어진 곳에 Piste (삐스떼)라는 조그만 마을이 있다. 치첸이차에 하루밤을 머무르는 관광객들은 이곳에 있는 호텔과 편의시설을 이용해야하는데, 그때문인지 그 정보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정보가 없다. 여행정보 사이트에 따르면, Piste 에는 은행도 현금지급기도 없다. 현금지급기는 마을이 아닌 오직 치첸이차 유적지 내부에만 있다는데, 단적인 예지만 그 사실로 Piste 와 치첸이차 유적지의 "공간적 위계"를 어느정도 예측할 수 있을 것도 같다.
늦은 저녁을 먹기위해 Piste 중심가로 걸어갔다. Piste 에는 택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대중교통수단(콜렉티보와 같은)이 없다. 한국의 전형적인 "면 소재지" 분위기이기 때문에 야간에 혼자 걸어가긴 조금 위험할 것도 같았다.
날씨가 의외로 쌀쌀했지만, 그래도 일요일 밤이어서 그런지 Piste 중심가에는 아직 상당수 노점상들과 어린 학생들이 성당을 중심으로 형성된 광장을 채우고 있었다.

이미 대부분의 식당들이 영업을 마친 상태여서 허기를 채우는 것도 쉽지가 않았다. 론니플레닛에 배낭여행자를 위해 소개된 식당은 이미 문을 닫은 터였다.
그나마 광장 맞은편에 있는 한 식당들이 불을 켜놓고 "떨이 장사"를 하고 있어서 그곳에서 저녁을 먹었다.

정작 내가 앉았던 테이블에는 없었던 것도 같고. 무엇에 쓰는 물건일까... 돌이켜 생각해보니 정작 사진을 찍은 이 식당에서 밥을 먹은게 아니라 바로 옆집에서 먹었던 것 같다. 영업 끝났다고 그랬던가? 어쨌든 아무도 안 앉아 있었다. 언어로 의사소통이 안되니까 이래저래 "대세"와 "눈치"에 따라 옮겨 다녔던 듯.



설정
트랙백
댓글
글
Chichen Itza 의 야간 조명 쇼

치첸 이차의 정문.
머리위에 해를 이고 칸쿤을 출발했던 버스는 어둠의 이불을 덮고서야 치첸이차에 도착해 외국인 배낭여행자들을 부리고선 최종 목적지인 메리다로 향했다.
도대체 멕시코 버스 기사는 몇시간 동안 운전을 해야하는 것일까?
칸쿤에서 치첸이차까지 6시간이 넘게 서다가다를 반복했었는데, 버스는 또다시 그렇게 몇시간을 더 가야만 했던 모양이다.
지루한 버스 여행에 그나마 잠깐 동안 활력을 불어넣었 던 것은, 옆자리에 앉은 이스라엘 출신 배낭여행자를 만난 것이었다. 그는 코넬에서 1년동안 박사후 과정을 보내고 있는데, 겨울 방학 동안 1달 남짓 멕시코와 에쿠아도르등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주로 캠핑을 하면서 여행을 해왔다는데, 그 도전 정신에 사못 경외감도 들었다. 치첸이차에서도 텐트를 치고 잘 계획이라고 하던데, 군대에서 행군할 때를 마지막으로 텐트생활을 졸업한 나같은 경우는 그런 생각을 한번도 안해본 것이기도 했고, 대체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뭐 그렇게 까지"가 주요한 변명이 된 상태여서 그의 적극적인 여행자적 자세에 얼마간 질투가 났던 것도 같다.
그런저런 이질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스라엘과 유태인에대한 해묵은 정치적 편견 때문이었는지, 여행 "동반자"를 만났다는 "반가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기 보단, 다소간 "사무적"인 어투로 대화를 나눴던 것도 같다. 인간이 갈수록 "못 쓰게" 되가고 있는 것도 같고.....
나는 치첸이차의 유적지에서 가장 가깝다는 피라미드 인에 예약을 해 놓은 상태여서, 치첸이차 유적지에 버스가 잠깐 멈춰설 때 서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는데,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됐다.
들어보니 치첸이차의 유적지에서 캠핑이 금지되어 잘 곳을 새로 찾아야하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공연을 함께 본 후 함께 피라미드 인으로 돌아와 묵었다.
부럽고 고마웠던 것은, 그가 자신의 초보 에스빠뇰를 이용해서, 히치하이킹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막 떠나려던 차를 대범하게 불러 세우더니, 호텔까지 태워다 줄 것을 부탁했다.
다행히 친절한 멕시코 부부가 혼쾌히 동의해서, 칠흙같이 어두워진 길을 걸어가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호텔에서 유적지까지 걸어오면서 나중에 다시 돌아갈 일이 까깝할 것 같았었는데,
역시 구하는 자 얻을 것이고, 구하는자 곁에 있는자 덩달아 얻기도 한다.
론니플레닛에 보면 치첸이차의 야간 조명쇼에 대해서, 양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좀 떨어진다" 는 평가가 있다는 일각의 의견을 소개하는 한편에, 그래도 "한번쯤은 볼만하다"라고 나름 긍정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었던 듯.
어쨌든 한번은 봐줘야겠다고 차안에서 계획을 세웠는데, 버스는 그런 계획이란 아랑곳 하지 않고 길가의 사람들을 머금었다 뱉어내기만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 갈수록 공연시작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 하던 차에, 갑자기 새로운 걱정거리가 하나 떠올랐다. "혹, 일요일날은 쉬지 않을까?"
멕시코 사람들은 대부분 카톨릭이니 어쩌면 일요일날 저녁엔 공연을 하루 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지나고 보니 그 "사서 한" 걱정은 정시 도착을 못해서 공연을 놓칠 지도 모른다는 차내 불안감을 이완시키위한 것이기도 했던 것도 같다.
다행히 버스는 공연시작 한시간 전쯤 호텔 앞에 우리를 내려줬다. 버스기사가 항상 지나치는 곳이라고-나중에 알고 보니 호텔 바로 옆에 간이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호텔 건너편 길에 차를 세워주기 까지 했다.
체크인을 하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일요일날에도 공연이 있다고.



12월 중순의 멕시코밤은 예상과 달리 정말 추웠다.
영상의 기온을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일교차가 10도 이상씩 나는 날씨는 나무잎만 붉게 물들이고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사시나무 떨 듯하거나 어깨를 움츠릴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니 베트남의 겨울을 처음 겪었던 2005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듯 하다. 너무 추워서 전기담요를 빌려 잘 수 밖에 없었던 하노이의 겨울 밤 그리고 반팔을 입어야 했던 겨울 낮.
라이트쇼에는 단체 관광객 보다는 대개 개별 여행자들과 멕시코 국내 여행자들이 대다수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단체 여행객은 칸쿤에서 하루일정으로 치첸이차를 들러가거나, 아니면 메리다 가는 길에 들르기 때문에 저녁시간에 하는 이 공연을 일정에 배치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 같았다.
치첸이차 밖의 풍경이 여행지의 전형적 풍경과는 달리 황량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마도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관광객들이 만들어낸 것이기도 했을 것 같다.
한데 많은 외국 단체 여행객들이 "단일치기"해서인지 라이트쇼의 구성도 매우 단조로운 것이었다. 영어 번역기를 입구에서 대여해주기도 했지만, 에스빠뇰로만 나레이션을 하는 데다가, 레이져 쇼 같은데 익숙해진 터라서 그런지 그냥 건물에 형형색색 조명만 들어왔다 나갔다하는 "비주얼"이 추운 날씨와 버무러져 별다른 감동을 못 만들었다. 그나마 버스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대학원생이 간간히 자신의 "초보 스페인어 실력"으로 번역해주는 것 마저 없었다면, 그저 치첸이차의 역사와 건물들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이스라엘 청년의 띠엄띠엄한 번역은 그 추측이 맞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줬지만....
야간 조명쇼 티켓은 정규 관람티켓과 분리해서 판매하는데, 티켓과 함께 구입하면 약간의 할인율이 적용되었다. 또 학생증을 내보이면-대학원생증이었지만, 학생 할인 요금 적용을 받을 수도 있었다. 나처럼 야간에 도착해서, 다음날 다시 돌아와 유적지를 둘러보는 사람들도 저녁에 미리 입장권을 조명쇼 티켓과 함께 구입할 수도 있다.


치첸이차의 입구에는 파바로티의 공연을 기념하는 포스터와 표지석이 있다. 1997년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치첸이차 공연은 그 음악사적 지위 뿐만 아니라, 치첸이차를 "세계의 불가사의" 건축물의 하나로 각인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세히 보니 입구의 기념 표지석은, 2007년 9월 파바로티가 사망한 이후 유카탄 주정부에서 만든 것이다.
파바로티의 팬들이, 파파로티 생전의 멕시코 치첸 이차에서의 역사적 공연을 지나칠 수 없는 한,
치첸이차는 한시대 유럽적 대중문화 전통을 추헉하는 "배경"으로 또한 각인되어 질 듯.
물론 치첸이차는 한국이 호돌이 세상이 되었을 때 이미 세계문화유산의 지위를 획득했었으니, 파바로티가 굳이 필요하진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서울이 올림픽 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보다 "파바로티가 치첸이차에서 공연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구학적 분포가 보다 글로벌 할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여러 세계 정상들도 다녀 갔지만, 파바로티가 만들어내는 "상품성"보다 못 했던 것은 분명한 듯.
설정
트랙백
댓글
글
칸쿤을 떠나다...
정신없이 떠나온 여행이어서 한동안 몸도 마음도 여행자 모드가 아니었는데, 리조트에서 먹고 마시고 빈둥거리다 보니 미처 못 끝내고 떠나온 미국에서의 일에 대한 스트레스도 조금 이완되었던 것 같다.
그동안 "리조트 여행"에 대해서 반감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해보고 나니 리조트 매니아들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가 되기도 했다. "Relax~~"
치첸 이차로 가는 ADO 버스표를 끊지 못했기 때문에 오후에 출발하는 Oriente 를 타야했다.
"이등급 버스"라고 해서, 그저 버스가 좀 불편하려니 했는데, 그게 다가 아니었다.
ADO가 장거리 구간에서 종종 도시의 버스터미널에 멈춰선다면, 이 Oriente 는 길에서 멈춰 섰다.
사람들이 손을 흔드는 곳에서, 또 승객이 내리고 싶은 곳에서....
세월아 내월아 하고 달리는 Oriente 는 맘 바쁜 여행자들에게 얼마간의 짜증과 걱정거리를 만들어줬다.
치첸이차에 언제나 도착 할까? 저녁에 라이트 쇼를 봐야하는데.......

한산한 낮시간 터미널에 주인없이 놓여져 있던 과자 봉다리 (양파링?)
칸쿤의 마지막 사진들 몇장. 한산한 터미널에서 나른함을 못 이겨 셔터를 눌러 댔던 듯.


설정
트랙백
댓글
글
Blue Bay Spa & Resort 의 해변 풍경
앞서 언급했듯이 멕시코의 모든 해변은 공식적으로는 사유화될 수 없기 때문에, 이 리조트의 앞 바다도 모두가 다 사용할 수가 있다.
계단을 내려가면 해변이 시작된다.
그렇다고 해변이 다 같은 해변이 아니고, 백사장이 다같은 백사장은 아니다.
역시 가격이 싸고, 힐튼이나 하얏트 처럼 초국적 자본의 브랜드가 아니어서 그런지 리조트 앞 해변의 상태가 그다지 좋아 보이지는 않았다. 백사장 사질도 그전에 감탄해 마지 않았던 하얏트와 비교할 수 없는 상태였고, 시야는 곳곳에 정박해 있는 요트들이 가로막는 조금 과장하면 어촌 풍경같은 느낌이었다.

해수욕을 즐기기엔 뭔가 조금 부족한 해변 풍경: 튜브가 없다!!!! ^^
재밌는 것은 이 All Inclusive 리조트가 외부인에게 직접 노출되어 있는 곳이 바로 이 해변이기 때문에, 안전 점검이 아니라 잡상인이나 외부인의 진입을 검사하는 해변 경비원이 수시로 순찰을 한다는 것이었다.
일부 멕시코 잡상인들이 해변에 자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진주 목걸이랄지 멕시코 전통 수예품들을 팔러다니고 있었는데, 정작 누워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올 수는 없었다. 누워있는 아저씨 아줌마가 "부르는데 왜 안오냐"는 투로 화를 낼려던 찰라 어느 "2개 국어 가능자" 아저씨가 상황을 설명해 주던데, 잡상인이 못 다가가는 것은 "사적 소유지"에 대한 불법 침입이 되기 때문 이란다. 그러니까 해변의 얼마만큼은 또 리조트의 소유인 셈인것이었다.
순찰중인 해변 경비원
안전요원은 도대체가 찾아 볼 수가 없었는데, 사실 들어가 보진 않았지만 보니까 수심이 그다기 깊지도 않았다.
다시말해 해변 물놀이를 즐기러 리조트에 오는 사람들 보다는 리조트 내부의 "볼거리" "놀거리"를 위해 오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이기도 했다.

40대 진입을 기념하며 사진촬영을 기획했던 아주머니 그룹의 모습.
뻘쭘해 하면서도 아저씨들도 다 잘 호응을 해주었던 듯.
재밌는 것은 상당수의 리조트 고객들은 싱글이라기 보다는 따 짝이 있는 커플들이었는데, 따라온 아줌마들도 아저씨들이 외간 여자의 부름에 "홀려" 돌아다니는 것을 눈에 "쌍심지" 켜고 뜯어 말리지는 않는 것 같았다.
그래도 감시도 할겸 아저씨들을 따라 나서긴 하던데....

내 앞에 누워 있던 커플. 그래도 그나마 가장 젊어 보였던듯...... 쩝..
그녀 마저 없었으면 시야가 아주 황량할 뻔 했었다.. ^^

남자랑 바꿔 누우면 목 안아팠을 텐데..아.. 그럼 내가 못 보는구나. ^^
설정
트랙백
댓글
글
Inside the Adult Only Resort
옷벗고 다니는 사람들 보다 더 시선을 많이 받게 되니 상황이 난감하다 못해 심리적으로 위축당할 지경이었다.
그래도 셔터는 못 누를지언정 꿋꿋이 가지고는 다녔는데,
대개는 어쩔 수 없이 똑딱이 카메라로 몰카아닌 몰카를 찍을 수 밖에 없었다.
똑딱이의 위력은 그러니까, 그 대중성에 있는 것 도 같다.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는다는....
사진촬영 금지는 아니어서 사실 철판두르고 찍을 수도 있었는데, 워낙 피부색만으로도 튀는데다가 외소한 체격조건에다가 몸에 구멍 뚫고 그림한점씩 피부에 표구해서 다니시는 분들도 많아서 자제할 수 밖에....

주로 간식을 먹는 식당
이 리조트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이 있었다면, 무료로 제공되는 식당과 바였다.
공짜라는 사실에 어떻게하든 먹는 것으로 남겨볼려고 열심히 노력했다. 오후 3시 부터 다음날 12시까지니까 24시간이 안되는데 그 사이에 한 다섯번은 식당에 갔던 것도 같고....
배가 산만해져서 리조트를 돌아다니는게 좀 민망했지만, 뭐 어차피 수영도 못하니까... ^^
데낄라 수중배구 타임
경고문에 "예외"로 적혀있던 "데낄라 배구" 타임이 내가 한참 간식을 배에 밀어넣고 있던 식당 앞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대개 30대 중반 40대의 아줌마 아저씨들이었기에, 근접해서 탈의상태를 점검할 의욕이 생기기 보다는 공짜에 눈 뒤집힌 식욕에 응답하는게 더 즐거웠던 듯. 중년의 몸이라는게 참 미학적으로 애매한 카테고리랄까....
간식먹고 나오니 "데낄라 배구 참가자"들이 기념사진 촬영을 하고 있었다.
내가 머물던 일박 이일 동안 두명의 "누드" 아줌마가 리조트를 휩쓸고 다녔다.
처음에는 리조트에서 고용한 바람잡이 아주머닌가 오해도 했었다.
안타깝게도 이 "성인전용" 리조트라는게 한국의 "성인전용 나이트"와 비슷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고 보니 성인이라는게 아주 폭넓은 연령대를 아우르는 규정이라는 사실을 내가 간과했던 것도 같고, "성인전용"의 "물"에 대한 리뷰가 아닌 가격에 지나치게 열광하는 경박함이 있었던 것도 같고...

이렇게 절묘하게 "검열"을 해주시다니! 아저씨 멋쟁이!
나중에 알게되었지만, 내가 머무르던 일박 이일 동안 리조트를 휩쓸고 다니셨던 저 아주머니는 텍사스에서 자신의 40번째 생일을 자축하기 위해 오신 분이란다.
리조트를 돌아다니며 남정네 40명을 찾아서 기념 촬영하겠다고 소리를 지르고 다니셔서,
혹시나 "이국적"인 맛에 나도 붙잡혀 갈까봐 몹시 조마조마 했었다.
남자들은 옷 안벗어도 된다고 소리를 지르고 다녔는데....
오른쪽 아저씨는 리조트 공식 레크레이션 담당자. 영어와 에스빠뇰을 섞어가며 분위기를 띄우는 역할을 하시던 분인데, 외국에도 한국의 나이트 디제이 같은 입담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Nice shoes bar: 앞 경고문 참고.
공짜 마가리타를 마시기 위해서 나도 빈번히 왔다갔다 했던 바다.
왼쪽편 아주머니도 "누디티"라는 것이 그냥 자연스러운 것이라는 사실을 내게 몸으로 알려주신 분이시다.
그런데 왜 그런 당연한 사실이 자꾸 안타깝게 느껴졌던 것일까?
Anything goes!
아마도 매일 점심때 하는 프로그램인 것 같은데, 이 리조트의 자랑인 Anything goes 프로그램이다.
앞서 나온 아주머니가 일등을 해서 뭔가 상품을 받았었는데, 이 프로그램의 자세한 내용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시길....
Anything goes 참가자 기념촬영
이 충격적인 사진은 세명의 결선진출 아주머니와 덩달이 아저씨들의 기념 촬영 사진이다.
아저씨 아줌마들의 자유분방함에 내가 다 민망해졌는데, 역시 전세계적으로 이 연령대 사람들이 한 용감 하시는 것인지..
사실 연령대로만 보자면, 나도 "원 오브 뎀"이던가...
아저씨 손....!
참고로 이 모든 과정을 다들 사진기 들고 찍고 다닌다. Facebook 에 올리실려고 그러는지 어쩌는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이 사진 한장만으로도 충분히 저 10여명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매우 피곤한 일상을 살아야 하실지도 모를텐데... 유럽과 미국에서 온 아줌마 아저씨들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우리나라 아줌마 아저씨들도 언젠가 동남아 리조트들에서 저런 날이 올 것인가?
뭐 자기들끼리 논다는데야...
어쩌면 현지인들 못 살게 구느니 저렇게 리조트에 틀어 박혀서 "일탈"을 즐겨보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설정
트랙백
댓글
글
Cancun Blue Bay Gateway & Spa
대부분 하루밤에 일인당 $100 가 훌쩍 넘어가는 칸쿤의 리조트들은, 투숙객을 기준으로 "성인 전용"과 "가족용" 그리고 영업방식을 기준으로 "All Inclusive" 와 일반 호텔로 나뉜다.
내가 간 곳은 Blue Bay Gateway & Spa 라는 성인 전용, All Inclusive 리조트였는데, 인터넷에 "특가 상품"으로$100 아래의 가격으로 나온 데다가, 어차피 가족용 리조트들이 제공하는 4인가족 패키지등의 혜택을 볼 처지도 아닌데다가, 굳이 서양아이들이 소리지르고 달려다니는 꼴을 무리해서 돈쓰며까지 보고 싶지 않았기에 선택했다. 또, 칸쿤의 명성은 말그대로 "해변의 난장"에 있다고 들었던 터라, 기왕에 하루 무리해서 머무를 것이면 "성인전용"에 가서 "극강 모드"의 칸쿤을 경험해 보는게 더 나을 것도 같았다.
아침 일찍 부푼 기대를 가지고 리조트로 향했는데,
왠걸? 역시나 인터넷 특가 상품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리조트 정문에 내리니, 건물 전면이 포장으로 가려져 있고, 그 사이로 모래바람도 아닌 콘크리트 가루들이 날라다니고 있었다.
정문부터 내부로비까지 온통 공사중이었는데, 로비의 풍경이란 여기가 피난소인지 리조트인지 구분이 잘 안갈 정도였다.
$100 이하의 가격으로 리조트 구경 한 번 하려고 했더니 이런 낭패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 역시 송충이는 솔잎만 먹어야 했다며 너털웃음이 나왔다.
처음에 배정 받은 방은 게다가 공사판 한 가운데 였는데, 다행히 열쇠가 고장나 있어서 옮기게 되었다.
로비 뒤쪽 리조트 단지로 옮기고 보니, 그나마 한숨돌릴 수 있었다.
그 쪽은 "럭셔리한" 풍경은 아닐지라도 여기가 리조트구나 하는 정도를 느낄 만한 모습은 간직하고 있었다.
엘리베이터도 없는 80년대식 주공아파트 같은 내부였지만 (방은 괜찮았다) 그래도 소음과 콘크리트 가루의 공포에서 벗어난다는게 어딘가?
정문은 드릴 소리와 콘크리트 파편이 곳곳에서 튀는 데다가, 일단 체크인을 하면, 리조트 밖으로 나가는데 복잡한 보안검색절차가 있어서 포기하고, 겨우 리조트 안쪽에 있는 한 구역에서 찍은 사진이다.
All Inclusive 리조트는 말 그대로 호텔 안에서 먹고, 마시는 모든 것이 공짜다. 물론 그에 따르는 복잡한 규정들이 있고, 규정을 어겼을 때 벌금도 살인적이며, 고객의 선택권도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왜 가져왔는지 모르지만 어쨌든 가져온 호텔 안내 팜플렛.
놀이 공원도 아닌데 (사실은 놀이공원에 가깝지만) 체크인 하면, 모든 고객의 팔뚝에 플라스틱 재질의 팔찌를 채워준다. 전자팔지가 아니라 다행이랄까? 어쨌든 그 팔찌를 마지막 체크 아웃 할 때까지 차고 있어야한다.
또한 이런 리조트에 들어온 이상 현지에서 누구를 만난다던가 하는 것은 포기하는게 여러모로 좋을 듯 싶은데, 주간 방문자는 75달러의 입장권을 끊어야 하고, 혹시라도 방으로 외부인을 밤에 들이는 경우에는 90달러라는데, 성인전용 리조트라서 그런지 "만약 사전 통보가 없다면"이란 단서가 붙어 있다. 새벽 1시에 누군가를 방으로 들여서 낮 12시정도에 나가는 스케쥴이란 도대체 뭐란 말일까? ^^

체크인 할때 주는 호텔 규정 안내집의 맨 마지막 장에는 매우 "흥분할 만한" 규정들이 프린트되어 있었다.
* 완전 누드는 "결코" 허융되지 않는다. (바에서 하는 "Anything goes" 와 "데낄라 배구"시에는 예외)
-> 따라서 사실상 완전 누드도 허용이 된다. "Bravo~" ^^
* 공공장소에서 성적행위에 대한 금지 규정. (호텔에서 즉시 "방출" 하겠다.)
-> 깊은 사적 성행위라는게 항상 그렇듯 아주 애매한 규정이다.
* 멕시코 법 준수 (대개의 경우 이것은 마약과 관련된 것이었다.)
설정
트랙백
댓글
글
Tulum 에서 돌아온 날 저녁 Cancun
칸쿤에 도착할 즈음엔 다행히 간간히 멈추다 내리다를 반복했다.
나중에 물어보니 뚤룸에 가있던 동안 칸쿤에는 내내 비바람이 몰아쳤었다고.

버스 터미널을 나와 저녁을 먹으러 가는데, 밤 9시가 넘은 거리 곳곳에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보니 은행 현금 지급기 앞에 늘어선 행렬이었다. "돈 뽑아주는 기계" 앞에 늘어선 인간의 모습이 "모던타임즈"의 한장면과 흡사해 보였는데, 포스트 모던한 세계에서는 서로 다른 작업장에서 흩어져 일하고 기계앞에 늘어서 서로를 확인하는 점이 다르달까....
어떻든 연말연시 멕시코 곳곳에서 현금 인출기 앞에 늘어서 차례를 기다리는 풍경은 여행자에게는 꽤나 낯설게 느껴졌다. 한국도 카드 사용이 일반화되기 전엔 이런 모습이 강남역 일대에 있었던 것 같고...
아마도 메리다를 정리할 때 다시 언급하겠지만, 특징적인 것은 각 도시마다 주로 줄지어 늘어선 은행들이 조금씩 차이가 있었다는 것이다. 칸쿤의 다운타운에는 특별히 이 Banorte 은행의 현금지급기 앞에 많은 이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위키 피디아에 따르면, Banorte 은행은 멕시코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오래된 은행들 중의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날 저녁은 멕시코 "태양 맥주"와 함께.
멕시코산 주류들은 역시나 훌륭하다. 한국 맥주는 왜 맛이 없는 걸까?
설정
트랙백
댓글
글
글
글
Tulum 카리브 해변 사람들







물위를 걷는 소녀


설정
트랙백
댓글
글
Tulum의 카리브 해변

유적지 남쪽에서 해변으로 통하는 길

뚤룸의 해변은 식상한 표현이지만, "태고의 자취"를 보존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큰 수건을 두르고 있는 것은 이유가 있는데, 별도의 탈의 시설이 없어서 대부분 저렇게 수건을 두른채 속옷 대신 입고 온 수영복으로 갈아입는다. 스릴 만점의 탈의 기술을 보여줘야하는 셈이다.
참고로, 별도의 샤워시설도 없는데, 잘 닦아 말리는 수 밖에 없다. 다행인 것은 카리브 바닷물이 염분이 그다지 높지 않아서 "짠 냄새"가 그리 심하진 않는다는 점일 것이다.



휴양지는 아니지만, 고대 유적들을 병풍삼아 해변을 즐기는 것은 남나른 즐거움이긴 한 것 같다.
한국에서는 주요 공직자들께서 유적을 배경삼아 주로 고기구어 먹는데. ^^;;

저 바다 건너에 쿠바가 있다. 카스트로가 더이상 시가를 못 피우게 되었다는 소식에 안타까워해야 할지 어째야할지 고민스러운 데....
설정
트랙백
댓글
글
Tulum #3: El Castillo
민간의 삶은 항상 그렇듯 흔적을 찾기도 힘든 데...
제정일치 사회에서 신전이 곧 통치자의 거소이자 의례의 공간이었을 것이기에 동쪽바다를 면한 두 신전이 뚤룸을 상징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것 같다.
한데 사진을 찍을 당시에 분별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니어서인지 지금 사진을 다시 봐도 어디가 어딘지 무엇이 무엇인지 분간이 잘 안된다.
어쨌든 입수한 지도를 통해 추론 컨데, 가장 중앙에 있고 보존/복원 상태도 가장 좋은 건축물이니
El Castillo 가 맞는 듯.
El Castillo 는 궁전 혹은 성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에스빠뇰이라는데, 아마도 "신전"으로 번역하는게 가장 타당할 듯 하다.

기억이 되살아나게 된 것은 동유럽계로 보이는 저 언니와 아저씨가 나이차가 좀 있어 뵌데다가, 언니만 영어를 구사하고 아저씨는 에스빠뇰도 못하는 것 같아서 였다.
남의 연애사를 새로 쓰는 내 오지랖은 어딜가던 말아 접어지지가 않는 듯.
그런데 그들도 나를 알아차리고 보고 있었던 것일까?


이제는 준공검사 및 건축 시방서가 나름 자리를 잡아선지 사라진 듯도 하다.

그것이 아마도 그들과 그 옛날 마야인들과의 차이겠지.

"윌리를 찾아라" 게임을 한번 하자면, 이들은 한번 더 등장한다.
설정
트랙백
댓글
글
Tulum - 마야 유적지 뚤룸 #2
사진을 찍을 때 왜 찍는지 무슨 목적인지는 좀 명확히 하고 찍었어야 했는데, 거의 모든 사진이 카메라와 렌즈 테스트 수준에서 무작정 눌러댄 것이라 어디가 어딘지 몇몇 대표적인 유적을 제외하고는 짜맞춰지지가 않는다.

Tulum 지도: 출처 - http://www.frommers.com/images/destinations/maps/jpg/945_tulumruins.jpg
앞서 언급했던 것 처럼 중앙에 있는 통로를 굳이 마다하고, 매표소를 돌아 북쪽으로 걸어가서,
북서쪽 집 근처에 나있는 샛길로 들어갔다가 중앙을 관통하고 "바다의 신전"이라는 곳을 지나 뚤룸의 대표적 유적인 El Castillo 와 "바람의 신전"쪽으로 갔었던 것 같다.
남아있는 유적들이 대개 그쪽에 밀집해 있으니 그다지 나쁜 선택은 아니었던 듯.
뚤룸의 유적은 다른 멕시코 유적지들과 비교하면, 바다에 면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아주 빼어난 건축미와 웅장함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약 600여전 전 건축물이라니 숭례문 정도의 연륜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할까?
다만 쿠바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고, 따라서 그 옛날 이곳에 살았던 마야인들은 쿠바와의 무역과 카리브 해를 중심으로한 어업을 했을 것이라는 추정을 하고 있단다.
창문은 있었을까 화장실은 어땠을까 등등이 궁금했는데.....
역시 마야인들 마냥 바람의 신, 바다의 신에게 물어봐야하나?
처음 보는 마야 유적인데 어디선가 눈에 익다 했더니, 내 삶을 한 때 "좀먹었던" 컴퓨터 게임 Age of Empire Conqueror 에서 내가 주로 택하던 유카탄 맵에 등장하던 그 건축물들 아닌가!
앙상블 소프트웨어는 역시 대단한 녀석들이다. 시리즈 3를 다시 한번 해볼까나?

단체관광객이 다 빠져나간 후라서 그런지 한적해서 좋긴 했다.


이사진은 나오는 길에 찍었던 듯

다시 보니 사진들을 보정하는 방식이 달라서 똑같은 사진기로 같은 설정에서 위치만 바꿔서 찍었는데도 색감들이 다른 듯 하다. 막눈이라 선별력도 없고 프로그램 다루는 숙련도도 떨어지는 어쩔수 없는 상황인데, 사진이 많으니 어쨌든 나눠서 올려야 할 듯 하다.
설정
트랙백
댓글
글
Tulúm - 뚤룸 마야 유적지 입구 #1
그에 따르면 수많은 멕시코 고고학 유적지 중에서 테오티우아칸, 치첸이차, 그리고 뚤룸 세곳은 "초강추" 지역이다. 이들 지역에 가보는 것은 일단 여행의 기본 점수는 확보하는 것인 셈인데, 역설적으로는 그래서 자기만의 독특한 경험같은 것을 기대하기란 쉽지가 않다.
세 곳 중에 다른 두곳이 규모로 승부하는 곳이라면, 뚤룸은 카리브 바닷가에 위치한 독특함으로 눈길을 끄는 곳이다. 실속으로 승부하는 곳이랄까. 칸쿤 리조트만 왔다가는 상당수의 미국, 유럽 관광객이 단일치기로 들러볼 수도 있는 곳이기도 하고.
뚤룸 같은 "유명 명승고적"은 인터넷에 그 정보가 널려 있으니 , 별달리 소개를 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대개 칸쿤에서 튜어버스를 이용해 하루 코스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내 경우엔 ADO를 타고 개인적으로 가는 바람에 불필요한 시간 낭비가 있었던 것도 같다. 튜어는 튜어대로 끼어팔기식 루트를 잡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하면, "포인트 투 포인트"를 곧바로 옮겨가는 이동이 안되는 단점이 있는 듯.
ADO 뚤룸행 버스는 뚤룸시를 향해가는 노선이기 때문에 뚤룸시내에 도착하기 직전 고고학 유적지에서 하차해야 한다. 고고학 유적이 바로 보이는 것도 아니고 해서 차안의 승객에게 도움을 요청했는데, 한 멕시코 아저씨가 일본사람 아니라고 해도 자꾸 능숙한 일본어로 대화를 시도해서, 띄엄띄엄 알아 듣고 내리긴 했는데, 등뒤로 끝내 "사요나라"까지 날라왔다.
어디서 일본어를 그리 배우신 것일까 궁금하다가, 영어로 전세계인을 "몰입"시키는 미국 옆나라에 사시면서 어찌 영어는 한마디도 못 하실까 갸우뚱 해하다가, "이웃나라"인 일본어 중국어 못하는 나도 그 아저씨 입장에서 보면 당황스러웠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멕시코 사람들에겐 일본어보단 영어가 백배는 쉬울 텐데...
참고로 뚤룸 고고학 유적지 바로 앞에는 ADO 버스의 사무실이 있다. 돌아가는 버스표를 그곳에서 사도 되고, 버스를 기다리는 대기실도 마련되어 있다.
뚤룸과 칸쿤간 ADO 버스는 갈때는 Xel-Ha 를 들러가는 노선이었는데, 돌아갈때는 Playa del Carmen 까지도 들려가는 "직통"노선이 아니라 "직행"노선이었다. 각 시간 대마다 경유지가 다른 것도 같았다.
소요시간은 노선과 시간대에 따라 2시간에서 3시간까지 걸렸던 듯.

Voladores: 미소짓는 아저씨가 나중에 수금하러 오는 바람에.. ^^
뚤룸의 셔틀 매표소 앞에서는 공연이 열리고 있었다. "명승고적지"에서 공연을 하는 것도 좋아보였는데, 차에서 내려 사진만 찍고 돌아가는 것 보다는 뭔가 "덤으로" 경험할 기회를 갖는 것도 장소에 대한 친밀도와 기억의 농도를 높여 주는 것도 같다.
이제서야 알게된 것이지만, 셔틀 매표소 앞 공연은 "Voladores"라고 불리우는 전통 의식이었다.
볼라도레스에 관해서는 나중에 멕시코 인류학 박물관을 정리할 때 정리하는게 나을 것 같은데, 찾아보니 재밌는 사실은 이 의식이 마야와는 직접인 관련이 없는 종족(Totonac)의 전통이라는 것이다.
마야의 대표적 유적 앞에서의 상설 공연이 타 종족의 전통 의식의 하나인 셈이었는데, 멕시칸 "전통"이라는 하나의 카데고리로 묶는다고 보면 이상할 것은 없는 것도 같고....
다만 나처럼 준비되지 못한 여행자가 그러하듯, 어설프게 다른 문화적 전통을 마야의 전통 의식으로 생각하는 오해를 피할 소개 정도는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달까? 가이드북도 안들고 와서리, "보는 것이 믿는 것"이란 배짱만 있었던 터여서, 떠오르는 질문들에 "억측"으로 답할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Voladores 셔틀 타고 가다 찍은 사진.
갑자기 화창하던 날씨가 뚤룸 유적지를 향하려던 때 먹구름으로 뒤덮혔다. 살갗이 탈 우려는 없어졌지만, 그래도 화창한 하늘을 기대했던 터라, 또 카리브의 햇살이 쏟아지는 "뚤룸 해변"을 한번 보고 싶었던 차라 조금 걱정되기 시작했다.
결국 나중엔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까지 했다.

뚤룸 셔틀버스
뚤룸 셔틀 매표소에서 유적지 입구까지는 사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다. 날씨가 덥고 비가 오거나 한다면 모를까 굳이 셔틀을 탈 필요는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내가 그랬듯 초행자들은 "셔틀까지 있는 걸 보니 상당히 먼가보네" 하면서 지레짐작으로 왕복 셔틀 티켓을 사게 되는 듯.
표를 끊자 마자 셔틀이 출발을 하려한데다가, 볼라도레스 공연이 끝나고 아저씨가 잔돈도 없는 내게 팁을 받으로 오는 통에 얼렁뚱땅 절묘하게 도망치듯 셔틀에 올랐는데, 유적지 입구에 도착해 보니 카메라 렌즈 뚜껑이 없다.
결국 셔틀을 타고 왔던 길을 다시 걸어 되돌아가, 벤치위에 놓여있는 렌즈 뚜껑을 찾아 와야만 했다. 내게 팁받으러 왔던 아저씨가 공연중이어서 그나마 쪽팔림은 면할수 있었지만..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현지 방문 증명 샷" 같은 사진이 하나 있어서 올려본다. 안경이나 제대로 쓸 껄... ^^
왜 찍었는지가 생각이 안나는데.... 거 참...
누구 말마따나 블로그의 개인홈페이지화를 막기위해선 자기 사진 같은 것은 올리지 말아야 한다는데,
사명감을 가지고 블로깅을 하는 것도 아니고, 돈벌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가끔씩 왜 글이나 사진을 올리고 있는지 스스로 궁금해 하는 것을 보면, 얼마간 딴짓 혹은 소일거리로 블로깅을 하고 있는 것인데,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각이 잡힐까도 싶고...

매표소앞 유적지 진입 통로
뚤룸 유적지 출구? 공식출구는 아니지만 대부분 이곳으로 유적지를 빠져나온다. (사실은 공식 입구다.^^)
매표소 앞 지도를 확인한 사람들은 모두 나름 합리적 동선으로 움직여야겠다는 강박에 빠지는데, 그 결과 대체로 매표소앞 통로는 출구가 되는게 괜찮을 것 같다고 판단하는 듯. 게다가 나오는 사람들만 보게 되니까...
나도 그렇게 눈앞에 놓인 진입통로를 외면하고 왼쪽 통로로 돌아 들어갔다.
그렇게 해보니 그게 다 부질없는 일이라는 사실만 깨달았다. 머리굴릴 필요가 없었는데, 사람들은 가끔 쓸데없이 스스로를 시험한다. ^^
매표소에서 표를 끊으려고 하면서 보니까 벌서 관광을 마치고 나오는 사람들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었다.
차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온 것이었으니 그들은 이제 오전 관광을 끝내고 다음 행선지로 향할 때였나 보다.
"명승고적지"에서는 단체 관광객들의 늘어선 행렬을 피하는 것도 운이고 보면, 그나마 "때"를 잘 맞췄달까?
설정
트랙백
댓글
글
Piñata - 멕시코 전통 박 터트리기?
지난 주말 동네 한국 마켓에 가보니 그 내부에도 그것과 똑같은 장식이 있었다 (참고로 동네 한국마켓은 라티노마켓을 겸하고 있다).
이전에도 봤던 것인데 그때는 보여도 안보였으니, 졸지에 "방화 공범"이 되신 유홍준이 이전에 히트시킨 말 처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떄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라"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실 사랑까지는 좀 낯 간지럽고, 관심과 열정 정도면 족 한달까? "전과 같지 않아"서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불 타 무너진 후" 사랑해 왔노라고 느닺없는 "상처가"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각설하고...
궁금해 하던 차에, 중남미에서 오랬 동안 생활하신 주인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그 별모양의 장식이 Piñata (피나따? 삐나따? ^^;;) 라고 부르는, 특히 멕시코에서 파티, 잔칫날 빠지지 않는 장식이라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덕분에 멕시코에 대한 궁금증 하나를 해결 할 방법을 찾았다.
그렇지않아도 뚤룸(Tulum) 사진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참이 었는데, 그 중 Pinata 사진이 하나 있어 이 기회에 잠깐 정리해 놓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뚤룸 고고학 유적지 입구에 있는 식당 내부 (피자 맛이 예술이었다)
Piñata 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진 않은 모양이다. 다만, 이른바 혼성기원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같아 소개하자면 이렇다.
(위키피디아와 Wendy Devlin 이란 사람의 견해를 종합한 내용)
웬디에 따르면, 아마도 Piñata는 중국에서 연유한 것 같단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에 현재의 Piñata와 비슷한 잔치용 장식에 대한 설명이 나온단다. 당시 중국에서는 설날에 관리들이 씨앗(종자?)이 담긴 형형색색의 종이로 장식된 황소 모형을 터트리는 풍습이 있었는데, 대체로 행운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이었다고 한다. 그 풍습이 콜럼버스씨 보다는 백배 정도는 더 착하다고 해줄 법한 폴로씨의 소개 덕택에 14세기 전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대개 사순절 첫 번째 일요일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단다. 심지어 사순절 첫번째 일요일을 "Piñata 일요일"이라고 부르기 까지 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어로 "Pinata"는 "깨지기 쉬운 몸(점토로 만든 성상)"이란 뜻이라고 한다. Piñata를 사용하는 의식은 스페인에서도 크게 유행했는데, 16세기 멕시코등지로 건너온 선교사들이 "문자없는 원주민"들을 개종시키는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선교사들이 와서 보니 멕시코 원주민들도 비슷한 장식물을 의례에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멕시코 기원설은 대개 아즈텍 문화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가서 "달걀만 세웠"으면 세상이 어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콜럼버스 이전의 아즈텍 문화에는 Tlaloc 이란 비와 물과 풍요를 관장하는 신에 제사를 올릴 때 점토로 만든 물이 든 단지를 깨트리는 의식이 있었단다.
Tlaloc (뜰라록?): 출처 위키피디아
다른 버젼은 이른바 "아즈텍 전쟁의 신"이자 "남부의 벌새"란 뜻을 지닌 신인 Huitzilopochtli (위실로뽀츠리?)와 관련지어 Piñata를 설명하는데, 털로 장식되고 작은 보물들이 들어있는 성상을 연말에 작대기나 몽둥이로 쳐서(오자미가 아니라) 연말에 터트리곤 했다고 한다.
마야인들은 이걸 스포츠로 즐기기도 했다는데, 선수들이 눈가리고 몽둥이나 작대기로 Piñata를 찾아 두드려 터트리는 경기가 있었다는 설이있단다. 선수들 서로 두들기는 것을 지켜보는 "명랑운동회" 스타일이었는지, 누가 누가 먼저 터트냐가 문제시 되는 "기록경기"로 진행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도 체육대회때 박터트리기 하곤 했었는데,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풍선터트리기가 이젠 더 일반적인가?

Huitzilopochtli (위실로뽀츠리?): 출처 위키피디아
맨 첫 사진에 보는 별 모양 Piñata 의 뿔은 6개(개량형인가?)인데, 보통 7개 뿔이 달린 Piñata가 "전통"적으로 널리 쓰여왔단다. 그 이유는 Piñata 가 멕시코에서는 대개 연말에 사용되었고 또 카톨릭의 영향을 받아, 일주일을 상징하는 의미로 정착된 결과라고 한다. 그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신들의 형상이 주종을 이루었다고... 사실 세계 최고 중의 하나인 멕시코 고고학 발굴 팀이 이 문제를 규명해 내기 힘든 이유는, 안터진 Piñata를 묻어 놓거나 하는 매장 풍습같은 것이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터지라고 만든 것이니까...
오늘날 까지 이어진 Piñata 전통은 멕시코에서 크리스마스, 연말, 생일파티, 주요 파티에 빼놓을 수 없는 장식물로 정착되었다.
선교사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의미 보다는 "재미"로 변환된 셈이고 6개 뿔짜리 Piñata 처럼 의미보다는 장식미가 더 강화되어가고, 최근에는 심지어 에니메이션 케릭터, 차등 각종 모양의 Piñata 까지도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어차피 아이들을 위한 파티에서 보다 사랑 받는 Piñata 이니....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요즘 아이들도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아니..."숭 숭 숭례문을 열어라 흥 흥 흥인지문 열어라 열두시가 되며는 문을 닫는다"같은 노래를 부르고 놀기는 하는가?)
Piñata 내부의 숨겨진 내용물도 물과 보물, 그리고 과일, 사탕수수에서 사탕이나 과자등으로 변화했다고 하는데, 점차 내용물과는 상관 없는 명절, 잔치용 "실내 장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가 보다.
중국의 전통이 유럽을 돌아 멕시코 원주민의 전통과 결합되는 과정이 그리 아름다운 "혼성"과정은 아니었던게 분명하지만, 전파론자들의 단선적인 설명들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유희적 전유 가능성"과 예측불가능한 "혼성성"이 만들어낸 생산적 힘이야 말로, 멕시코 Piñata를 멕시코인들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지속적으로 자리잡게 한게 아니었나 싶다.
한국에서는 설날 연휴에 Piñata가 터진게 아니라 숭례문이 불 타 무너졌다고 하는데, 누구 책임인가 논쟁들만 할 것이 아니라, 또 무슨 911 사태마냥 국민 모금 운동만 하겠다는 "정치적 발상"만 할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우리의 문화 유산 전반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의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적" 중심의 문화재 정책이란게 또 얼마나 전시적인 "정책" 이던가? 사실 "대문"을 "국보1호"로 지정한 역사도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것이기도 하고, 건축물 중심 "문화유산" 관리도 편향적인 것인 것은 틀림없다. 사실 그 마저도 제대로 안하는 우리나라지만. 어쨌든 그저 "복원" 하고 말 문제는 아닌 듯 싶다.
멕시코의 Piñata 처럼 생활속에 파고든 문화적 자산들에 대한 관심과 보존이 숭례문 복원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한다. Piñata의 경우 이제 미국의 Toys"R"us 나 파티 스토어에서도 팔리는 "상품"이 되었으니 정책 결정자들이 좋아하는 "경제성"도 충분한 것 아니겠는가? 김치나 드라마 디비디만 팔아 한류라고 떠들게 아니라 말이다.
설정
트랙백
댓글
글
망각의 역사: Cancun 2003 WTO 투쟁
칸쿤 여행 사진들과 감상기를 정리하다가 2003년 WTO 총회가 칸쿤에서 열렸다는 "정보"를 접한 것은 한참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 "웹정보"들을 들여다보고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저 칸쿤의 휴양지에서 있을 법한 일이 있었던 것이라고 넘겨버렸을 뿐.
시애틀의 투쟁은 반 세계화 투쟁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고 이래저래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언급이 되는 것이지만, 칸쿤에서 벌어진 전세계 농민들의 WTO 농산물 협정 체결 반대 투쟁에는 그다지 "특별한" 시선이 가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활복자살로써 한국의 비참한 농업 실상과 전세계 농민의 분노를 표출했던 한국 농민, 이경해씨에 대해서는 정말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기억의 태엽을 되감아 보니, 서울 도심에서의 격렬했던 장례, 추모 시위와 그 얼마 후 홍콩에서 열렸던 WTO 총회에 전투적으로 참가했던 한국 대표단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이 떠올랐다. 이경해씨의 죽음이 만들어낸 "농업문제"와 "반세계화" 담론의 고양을 보수언론들은 한순간에, 한국 반세계화 시위대가 죽창을 가져가고 입국 거부를 당했다는 논리로 깔아 뭉갰었다. "나라망신 시킨다"며 말이다.
그렇게 전세계 신자유주의화의 대표적 희생자들인 전세계 농민들의 절규는 도시 소시민의 삶에 흠뻑젖은 이들에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 뉴스를 보니, 그나마 존재하던 농업 정책지원 정부기관들이 이명박 정부하에서 민영화되거나 통폐합될 것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21세기 신자유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농민은 어떤 존재일까하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날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농민들이란 어떤 사람들로 이해되고 있는 것일까? 밭을 갈아 엎고, 쌀가미니를 도로에 흩뿌리고,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심지어는 미래없는 삶을 비관하며 농약을 마셔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회. 고작 중국으로 동남아로 해외 원정 결혼을 떠나는 사람들로만 이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라는 노래를 부르던 "거리의 민주화"세대는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는데만 열을 올릴 뿐 정작 농민의 삶 같은 건 관심 없어하는 것은 아닐까? 하긴 90년대 초반 이른바 WTO의 전신이었던 우르과이 라운드 (UR) 반대 투쟁을 할 적에 대장정에서 나온 한 팜플렛에서 우르과이 라운드가 체결되면 농민이 대거 농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몰려와 사회불안이 야기된다는 농민에대한 "잠재적 범법자"논리를 "진보"의 이름으로 펼쳤던게 기억이 난다. 이런데 쓸말은 아니지만, 자칭 맑스주의자라던 그들의 어처구니 없는 논리에, "학출 피디" 개놈들이라며 길길이 분개했던 것 같다. 차라리 "농자지천하지대본"이고 "신토불이"라는 농협광고를 들고 나온 오늘날의 "종북주의자"들이 더 나아보이기까지 했으니까. 박정희도 새마을 운동을 통해 대규모 "산업예비군"을 확보하면서 그리 넋나간 소릴 해대지는 않았고, 그후에 잘살아보세 전두환으로 부터 노태우 시대에 본격화된 농공단지 조성 정책으로 농민을 "가두는" 작업도 상당히 이루어지던 그 시절에 그게 무슨 똥 된장 못가리는 망발이었단 말인가?
그 주장에 동조했던 자들중의 상당수가 지금 민노당에서 척결하고자 하는 "종북주의"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그들 또한 적어도 과거에 이미 "척결될" 존재였던 적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이미 그때 학출운동권의 다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자식들이었으니까 농민의 삶이 어찌 된다는 것보다는 자기들 생활 공간이 위태로워지는게 정서적으로 더 긴급한 문제였을지도 모를일이다. 농활을 MT가듯 가기 시작했던 시기였으니까...
IMF 시기 한국의 노동자들이 "I'M Fired!"라는 티셔츠를 입고 투쟁했던 모습이 미국의 많은 학자들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분명한데, 사실 아무도 한국농민들의 칸쿤과 홍콩에서의 투쟁을 기억하지는 않는 것도 같다.
이경해씨가 생전에 울부짖었던 "WTO Kills Farmers!" 라는 구호는 "신자유주의"를 논하는 아카데미 내부에서마저도, "해프닝" 혹은 "불가피한 희생"등등의 논리속에서 파묻혀버렸다는 생각도 들고....
한국 농민의 피로쓰여진 칸쿤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좀 쉬어야겠다고 떠났던 내 여행의 흔적들이 몹시나 부끄러워지는 밤이다.

칸쿤의 반세계화 시위에 참여하던 생전의 이경해씨
이경해씨 글 (추모 페이지) 이경해씨 관련 WTO 투쟁 기사 (민중의 소리) : 이경해씨 추모 홈페이지 (영문)

2003년 당시 서울 거리시위 - AFP 사진

2003년 칸쿤- "이경해를 기억하라!"
설정
트랙백
댓글
글
Cancun - Downtown
별하나 보고 예수를 찾아 갔다던 동방박사들은 참으로 대단한 여행자들이었는데,
예수를 보고나서 새벽길을 다시 떠났는지 낮길을 떠났는지 조금은 궁금해지기도 한다.
석가는 태어나자마자 말을 좀 했던 것도 같은데, 예수는 말했다는 기록은 없는 것을 보면,
별로 오래 체류 할 이유도 없었을 것도 같고...
어차피 유다왕을 경배한 죄를 지은 터에 왔던 길을 되돌아갈 수 없어, 다른길을 떠났다고 하던가?
사람들의 도움을 얻어 다운타운 중심부 (El Centro)에 내리긴 했는데, 정신없이 달려대는 차들,
간판들과 비슷비슷한 건물들이 뿜어내는 불빛들 속에서 "여기가 아닌가벼"를 속절없이 되뇌었다.
Cancun 시내 지도 (구글 어스 지도는 구름낀날 찍은 것인데다가 화질도 떨어진다.)
호텔존에서 다운타운을 잇는 R-1 버스는 Tulum Ave. 를 관통하고 그곳이 시내 중심부를 이룬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시기여서, 그나마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가 있는 곳으로 일단 발길을 재촉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그곳이 칸쿤 시청이었다. 나도 어쨌든 별단 나무를 보고 길을 찾은 것이니 동방행자는 되는 것인가?

칸쿤 시청앞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
크리스마스 트리 옆에는 무대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공연이 없었던지라 아이들만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시청건물과 트리
매우 부끄러운 사진이지만, 저 동그란 뿔달린 구조물이 다른 곳의 크리스마스에서는 좀 처럼 보기 힘든 "별" 조형물이다. 사실 별똥별에 가까운데, 자세한 상징적 의미와 조형미적 기원은 나중에 좀 찾아봐야 겠다. (아는 사람 손!)

시청 정문 위에 세워진 아기예수
솔직히 말해서 처음에 시청인줄 몰러선지 건성건성 보는 습관 때문인지, 어쨌든 "저건 무슨 떡방아 조형물일까?" 하고 생각 했었드랬다. 가끔 내 황당한 상상력에 기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Paraque de las Palapas
시청 반대쪽이 중심 상가지구인데 그 곳에 넓은 광장이 있다. 정보에 따르면 이곳에서 매주 금요일 밤 무료 음악 공연이 펼쳐진다고 한다. 거창한 공연은 아니라도, 멕시코 첫날 거리의 마리아치라도 보고 싶었지만, 한가로이 산책하는 사람들과 대낮인 줄 알고 뛰노는 아이들만 구경했다. 그러고 보니 멕시코 아이들은 어렸을 때 참 열심히 뛰노는 것 같다. 우리내 부모들이 아이들의 손을 놓아 주지 않는 것에 비하면 말이다.
그래서 남미 축구가 기초체력이 튼튼한가? 개인기도 대단하지만..

광장옆 성당
광장 옆에 조그만 성당이 하나 있었는데, 평일 저녁에도 사람들이 옹기종기 않아 미사를 보고 있었다. 거리로 문을 열어 놓은 개방적 구조가 무척 맘에 들었다. 위압적인 첨탑도 없고, 붉고 푸른 십자가가 아닌 하얀색 십자가가 모자 정수리(이런말이 있나?)마냥 붙어있는 것도 좋았고.

광장옆 식당
사람 마저 드문드문한 광장을 뒤로하고 허기를 채우기 위해 광장주변 식당을 배회하는데, 가격이 만만치 않다.
결국 광장 바로 옆에 이러저런 "특별세트 메뉴"를 대문짝만하게 광고해 놓은 식당안에 들어갔는데, 가격도 음식맛도 매우 만족스러웠다. 뭘 먹었더라? 그런데? 중심가에서 식당안에 들어가 저녁을 먹는 것도 개인당 $10 정도는 생각해야한다는 깨달음을 갖게된 순간이기도 했다. 식당안에 마리아치도 영업 중이었고, 넓은 정원이 있어서 무엇보다 내가 미국을 벗어나긴 했구나 하는 느낌을 가질 수도 있었던 듯.
설정
트랙백
댓글
글
Cancun - 해변의 신부
신부의 드레스는 동화책 삽화에서 바로 튀어나온 듯 한 "백설공주" 컨셉인데, 사진은 "인어공주" 모드로 찍고 있는 것도 같았다. 한편에선 신부 드레스를 펼쳐든 들러리들과 "찍사"의 포즈를 고려하면, 결국 바다는 프레임 안에 안들어올 것도 같은데 굳이 저런 "모험"을 할 필요가 있을까도 싶었다.
파도가 스산하게 몰아쳐서 그랬던가? 몇년전 해외 화보촬영을 나갔던 어느 한국 여자 연예인이 바다에서 실족사 했던 기사가 갑자기 떠올랐는데, 아마도 칸쿤 해변에서의 웨딩촬영에도 이젠 "보험"상품이 추가되어야 않을까 하는 쌩뚱맞은 생각도...

문신일까? 입은 것일까? 판단보류!
"여왕"이 되기 전에 "공주"였음을 마지막으로 확인하려는 듯.....여왕 5분전 각도랄까..^^

공식 촬영이 끝나고 이젠 친구들과 사진 찍는 순서. 옷차림이 남다르다 했더니 그 친구만 신부와 사진을 찍었다.

해변의 여인과 해변에 온 여인의 만남.
설정
트랙백
댓글
글
Cancun - Zona Hotelera 해변 풍경 1
해변을 따라 늘어선 호텔, 리조트, 콘도미니엄들이 해변을 가로 막아 서있기 때문이었다.
탁트인 카리브 해안이 바로 펼쳐지길 기대했었기에 여간 실망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소나 호텔레라 지도
그래도 다행인 것은 적어도 "법적"으로는 멕시코의 모든 해변은 사적소유가 아니기 때문에(정부소유), 10개의 진입로를 통해 호텔이나 리조트등에 머무르지 않은 사람일지라도 해변에서 수영을 즐길 권리는 있다.
그러니까 상대적으로는 동남아나 남아시아의 여러 휴양지들 보다는 나은 셈이었다. 그 곳들에서는 외부인의 해변 진입자체가 "주거침임" 혹은 "사적소유권 침해"로 간주되는 범법행위이니 말이다.
하지만 해변지형이 바위등으로 곳곳을 구획하고 있기 때문에, 일부 해변은 실질적으로는 호텔이나 리조트를 통하지 않으면 진입이 불가능한 것도 사실이었다. 게다가 탈의장이나 샤워시설등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으로" 해변 근처의 호텔이나 리조트에 머무는 것이 불가피해 보이기도 했다.
내가 머문 다운타운의 변두리 호텔도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으로 하루에 $5 를 내면 제휴관계에 있는 해변의 한 호텔을 통해 수영을 즐길 수 있는 패키지가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All Inclusive" 호텔, 리조트에서는 외부인 자체의 출입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는 것이어서 매우 제한적인 "제휴"관계 하에서 운영될 수 밖에 없는 것 같았다.
어쨌든 나름대로 값싸게 칸쿤의 해안에서 수영을 즐길 수 있는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닌 셈이다. 남들 머무는 호텔에 "꼽싸리" 낀 듯하여 스타일이 좀 무너지겠지만 말이다.
칸쿤 해변의 "지나친 상업화"에 식상해 한 유럽인들이 칸쿤을 뒤로하고 최근에는 칸쿤에서 1시간정도 떨어진 Playa del Carmen 으로 옮겨가고 있다는데, "해변 매니아가"가 아니어서 그저 버스를 타고 잠시 "정차"해보기만 했다.
이미 계획상 칸쿤의 마지막 이틀을 해변의 리조트에서 머물기로 이미 예약한 상태였기 때문에, 첫날은 그저 해변이 어떻게 생겼나 정도를 돌아보는 것으로 오후시간을 보냈다.
이미 태양마저 퇴근 준비를 서두르고 있었고, 기온도 생각보단 꽤 쌀쌀해서인지 수영을 즐기는 사람들을 찾아 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미국적인 지극히 미국적인!
소나 호텔레라의 상업지구. 이 대형 쇼핑몰 반대편에 너른 해변이 이 "호텔존"에 Check-in 하지 않은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비바 하드락 카페!
하드락 카페 매니아가 아니어서 그런지 전세계 여러지역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이 거대한 기타 조형물이 때론 위압적이고 부담스럽다.
하드락 카페 앞에 걸린 성조기가 인상적이다.
전세계에 이 만큼 "럭셔리"한 하드락 카페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규모와 인터리어가 대단했다.
해변을 빠져나오면서 뻘줌하게 내부를 관통해 보기만 했다.

미국적인 지극히 미국적인 2
하드락 카페 보단 역시 버거킹이 싸다. 한데 버거킹 가격은 미국보다 비쌌다. 콜라 하나 마시고 싶었을 뿐인데....
가장 넓은 공용 해변? 아마도 호텔이나 리조트를 끼고 있지 않은 해변은 여기가 가장 넓지 않은가도 싶은데
사진에서 보듯 실질적으로 이쪽 해안에서 저 하얀색 호텔 반대변 해안으로 걸어서 이동할 수는 없어 보였다. 해변을 빠져나와 다른 호텔을 통하거나 아니면 다른 진입로를 통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해변의 백사장에 돌출한 바위들을 보면서 왜 호텔이나 리조트가 이 곳 대신 다른 곳을 차지했는지 이해가 갔다.
설정
트랙백
댓글
글
Cancun - Zona Hotelera 가는 길
셔틀 버스를 타고 가며 담아 본 거리 풍경들.

멕시코의 대중교통은 초심자에겐 상당한 도전으로 다가왔다. 대중 교통이 잘 갖추어졌다는게 어떤 기준인지 모르겠지만, 칸쿤에도 버스는 있다. 다만, 번호로 인식되는 정규버스 노선과 행선지로 인식되는 Collectivo (뭐라고 번역해야하나?)가 뒤섞여 있는데다가 안내 표지판 같은게 없어서 어떻게 돌아다니는 버스인지 알아채기가 쉽지 않았다.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번호가 부여된 정규노선이 커버하지 못하는 노선을 대개 이 콜렉티보가 담당해 내는 것 같았다. 한국의 마을버스와 군내버스가 결합한 시스템 같아 보였는데, 사진에서 처럼 차창에 행선지를 낙서하듯 적어 놓고 다니는 것으로 보아 안정된 루트를 가지고 운행하는 것 같아 보이진 않았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몰려든 많은 이들이 도시 내에 거주하지 못하고 도시외곽에 집단 거주지를 형성하고 있는 사정이고 보면 이런 버스가 주요도로를 오가는 정규노선 버스보다 실질적인 "서민의 발"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사실 차에 관심이 있었다기 보단, 신호등에 멈춰선 차 속, 유리창 밖을 내다보는 여인때문에 찍은 것이어서 복구할 기억같은게 별로 없다. 여행자인 나는 호텔에서 운행하는 셔틀을 타기로 되어 있었고 칸쿤에 머무는 동안에 한두번을 제외하고는 그나마도 대부분 택시를 이용했다.
칸쿤의 정규노선 버스는 이른 저녁시간에 운행을 종료한다고 호텔 프런트에서 알려줬다. (확인해보니 호텔과 다운타운은 24시간이란다. 기억이 가물가물 한데 다운타운에서 호텔까지 버스가 없다는 말이었는지...)


하수도를 정비하는 공사를 하시던 아저씨가 카메라 들고 두리번 거리던 나를 보고 포즈를 취해줬다. 길 건너 편에서 찍은 사진이라, 정작 아저씨의 모습을 제대로 담지 못했던 아쉬움이 있다.

눈감은 아저씨가 더 정감 있어 보이는 건 왜일까?
군대에서 작업해 본 사람은 알겠지만, 저렇게 구덩이에 들어가서 하는 작업이라는게 허리가 끊어질 듯한 잠 못 이룰 고통을 안겨준다. 아저씨도 사진 포즈를 핑계로 허리 한번 쭈욱 펴주셨던 듯.

사실 관광단지 진입로만 비교하자면 제주도 중문단지 진입로가 돈 쓴 흔적 팍팍나고 화려한 듯도 하다.
멕시코 도시들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차가 저 빨간색 "뉴비틀"같은 차종이었는데 ("비틀"),
한국에서 부잣집 아들 딸들의 전유물로 굴러다니던 이미지완 다르게, 멕시코에서는 대부분 연식이 상당히 오래된 중고차들이었다.
유럽에서 중고차를 집중적으로 들여오는 루트가 있는 것인가 할 정도로 정말 흔해 빠졌는데 (확인해보니 멕시코 현지 생산이었음), 나중에 저 빨간색 비틀과 똑같은 차를 소유하고 있던 젊은이에게 들으니, 멕시코에서 "가장 싸게 구입할 수 있는" 차중에 하나라고 한다. 전세계에서 배기가스 배출 기준이 가장 높은 곳이 유럽이라고 들었는데, 정작 자국에서 차량정기검사를 통과하지 못 할 차들을 멕시코같은데 팔아먹는 것 아닌가?
다녀본 멕시코 도시들에서, 도시 매연과 소음의 대표적 주범이 저 중고 비틀이었다.
정말 환경을 좀먹는 벌레같은 차가 되어버렸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RECENT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