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ñata - 멕시코 전통 박 터트리기?

이전에 칸쿤 시청 사진을 올리면서 별모양의 장식물이 무엇일까에 대해 스스로 자문 했었는데,
지난 주말 동네 한국 마켓에 가보니 그 내부에도 그것과 똑같은 장식이 있었다 (참고로 동네 한국마켓은 라티노마켓을 겸하고 있다).
이전에도 봤던 것인데 그때는 보여도 안보였으니, 졸지에 "방화 공범"이 되신 유홍준이 이전에 히트시킨 말 처럼,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떄에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니라"는 일리가 있는 말이다.
사실 사랑까지는 좀 낯 간지럽고, 관심과 열정 정도면 족 한달까? "전과 같지 않아"서 사랑하게 되는 경우도 있고, "불 타 무너진 후" 사랑해 왔노라고 느닺없는 "상처가"를 부르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어쨌든 각설하고...

궁금해 하던 차에, 중남미에서 오랬 동안 생활하신 주인 아주머니께 물어보니 그 별모양의 장식이 Piñata (피나따? 삐나따? ^^;;) 라고 부르는,  특히 멕시코에서 파티, 잔칫날 빠지지 않는 장식이라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덕분에 멕시코에 대한 궁금증 하나를 해결 할 방법을 찾았다.

그렇지않아도 뚤룸(Tulum) 사진들을 한꺼번에 정리할 참이 었는데, 그 중 Pinata 사진이 하나 있어 이 기회에 잠깐 정리해 놓는 것도 괜찮을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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뚤룸 고고학 유적지 입구에 있는 식당 내부 (피자 맛이 예술이었다)

내부에 걸려있는 Piñata

Piñata 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정확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진 않은 모양이다. 다만, 이른바 혼성기원설이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 같아 소개하자면 이렇다. 

(위키피디아와 Wendy Devlin 이란 사람의 견해를 종합한 내용)
웬디에 따르면, 아마도
Piñata는 중국에서 연유한 것 같단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에 현재의 Piñata와 비슷한 잔치용 장식에 대한 설명이 나온단다. 당시 중국에서는 설날에 관리들이 씨앗(종자?)이 담긴 형형색색의 종이로 장식된  황소 모형을 터트리는 풍습이 있었는데, 대체로 행운과 풍요를 기원하는 의식이었다고 한다. 그 풍습이 콜럼버스씨 보다는 백배 정도는 더 착하다고 해줄 법한 폴로씨의 소개 덕택에 14세기 전 유럽에서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대개 사순절 첫 번째 일요일을 기념하는 행사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단다. 심지어  사순절  첫번째 일요일을 "Piñata 일요일"이라고 부르기 까지 했다고 한다. 이탈리아어로 "Pinata"는 "깨지기 쉬운 몸(점토로 만든 성상)"이란 뜻이라고 한다. Piñata를 사용하는 의식은 스페인에서도 크게 유행했는데, 16세기 멕시코등지로 건너온 선교사들이 "문자없는 원주민"들을 개종시키는 수단으로 광범위하게 사용했다고 한다. 재밌는 것은 선교사들이 와서 보니 멕시코 원주민들도 비슷한 장식물을 의례에 사용하고 있었다는 것이었다.

멕시코 기원설은 대개 아즈텍 문화와 관련지어 설명한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돌아가서 "달걀만 세웠"으면 세상이 어찌 되었을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콜럼버스 이전의 아즈텍 문화에는 Tlaloc 이란 비와 물과 풍요를 관장하는 신에 제사를 올릴 때 점토로 만든 물이 든 단지를 깨트리는 의식이 있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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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laloc (뜰라록?): 출처 위키피디아


다른 버젼은 이른바 "아즈텍 전쟁의 신"이자 "남부의 벌새"란 뜻을 지닌 신인 Huitzilopochtli (위실로뽀츠리?)와 관련지어 Piñata를 설명하는데, 털로 장식되고 작은 보물들이 들어있는 성상을 연말에 작대기나 몽둥이로 쳐서(오자미가 아니라) 연말에 터트리곤 했다고 한다.
마야인들은 이걸 스포츠로 즐기기도 했다는데, 선수들이 눈가리고 몽둥이나 작대기로 Piñata를 찾아 두드려 터트리는 경기가 있었다는 설이있단다. 선수들 서로 두들기는 것을 지켜보는 "명랑운동회" 스타일이었는지, 누가 누가 먼저 터트냐가 문제시 되는 "기록경기"로 진행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도 체육대회때 박터트리기 하곤 했었는데, 아직도 하는지 모르겠지만...
풍선터트리기가 이젠 더 일반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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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itzilopochtli (위실로뽀츠리?): 출처 위키피디아


맨 첫 사진에 보는 별 모양 Piñata 의 뿔은 6개(개량형인가?)인데, 보통 7개 뿔이 달린 Piñata가 "전통"적으로 널리 쓰여왔단다. 그 이유는 Piñata 가 멕시코에서는 대개 연말에 사용되었고 또 카톨릭의 영향을 받아, 일주일을 상징하는 의미로 정착된 결과라고 한다. 그 이전에는 일반적으로 신들의 형상이 주종을 이루었다고... 사실 세계 최고 중의 하나인 멕시코 고고학 발굴 팀이 이 문제를 규명해 내기 힘든 이유는, 안터진 Piñata를 묻어 놓거나 하는 매장 풍습같은 것이 없어서 인지도 모르겠다. 터지라고 만든 것이니까...

오늘날 까지 이어진 Piñata 전통은 멕시코에서 크리스마스, 연말, 생일파티, 주요 파티에 빼놓을  수 없는 장식물로 정착되었다.
선교사들의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종교적 의미 보다는 "재미"로 변환된 셈이고 6개 뿔짜리 Piñata 처럼 의미보다는 장식미가 더 강화되어가고, 최근에는 심지어 에니메이션 케릭터, 차등 각종 모양의 Piñata 까지도 등장하고 있다고 한다. 어차피 아이들을 위한 파티에서 보다 사랑 받는 Piñata 이니.... (갑자기 생각이 났는데, 요즘 아이들도 "남 남 남대문을 열어라" 아니..."숭 숭 숭례문을 열어라 흥 흥 흥인지문 열어라 열두시가 되며는 문을 닫는다"같은 노래를 부르고 놀기는 하는가?)

Piñata 내부의 숨겨진 내용물도 물과 보물, 그리고 과일, 사탕수수에서 사탕이나 과자등으로 변화했다고 하는데, 점차 내용물과는 상관 없는 명절, 잔치용 "실내 장식"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가 보다.

중국의 전통이 유럽을 돌아 멕시코 원주민의 전통과 결합되는 과정이 그리 아름다운 "혼성"과정은 아니었던게 분명하지만, 전파론자들의 단선적인 설명들만으로는 설명될 수 없는 "유희적 전유 가능성"과 예측불가능한 "혼성성"이 만들어낸 생산적 힘이야 말로, 멕시코 Piñata를 멕시코인들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지속적으로 자리잡게 한게 아니었나 싶다.

한국에서는 설날 연휴에 Piñata가 터진게 아니라 숭례문이 불 타 무너졌다고 하는데, 누구 책임인가 논쟁들만 할 것이 아니라, 또 무슨 911 사태마냥 국민 모금 운동만 하겠다는 "정치적 발상"만 할 것이 아니라, 이 기회에 우리의 문화 유산 전반에 대한 다양한 고민들의 계기가 마련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유적" 중심의 문화재 정책이란게 또 얼마나 전시적인 "정책" 이던가? 사실 "대문"을 "국보1호"로 지정한 역사도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이없는 것이기도 하고, 건축물 중심 "문화유산" 관리도 편향적인 것인 것은 틀림없다. 사실 그 마저도 제대로 안하는 우리나라지만. 어쨌든 그저 "복원" 하고 말 문제는 아닌 듯 싶다.

멕시코의 Piñata 처럼 생활속에 파고든 문화적 자산들에 대한 관심과 보존이 숭례문 복원보다 중요할 수 있다는 사실을 한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한다. Piñata의 경우 이제 미국의 Toys"R"us 나 파티 스토어에서도 팔리는 "상품"이 되었으니 정책 결정자들이 좋아하는 "경제성"도 충분한 것 아니겠는가? 김치나 드라마 디비디만 팔아 한류라고 떠들게 아니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