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주의는 정치인에겐 파산선고

힐러리가 필라델피아에서 승리했다.
예상된 결과지만, 슬슬 지겨워지고 있는 미국 대선 후보 경선이 좀 더 갈 것 같은 느낌이다.
오바마가 근소한 차로 져주기를 원했던 것도 부질없는 것이 었는데, 힐러리가 10%가 약간 안되는 지지율 격차로 이겼으니 힐러리로써는 막판 스퍼트를 올려 볼만한 중요한 기반을 가지게 된 셈이다.
이러다 정말 힐러리가 미국 민주당 후보가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는데, 어쨌든 이번 필라델피아 경선과정에서 오바마의 추격 전선을 가로 막았던 가장 결정적인 사건은 오바마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선거기금 모금 행사에서 했다는 "촌 사람 무시" 발언이 아니었을까 싶다. 사실 직업을 잃고 경제적인 어려움에 처한 "small town Ameriaca" 의 사람들이 종교에 보다 더 귀의하거나 불안해진 치안 상황에서 총기에 더 의존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 그 발언은 문맥상으로는 모두가 동의할 것이었는데, 상황은 그렇지가 않았다.
힐러리, 맥케인 모두가 그 발언이 오마바의 "엘리트주의"를  보여준 것이라고 공격하고 나섰고,  결국 백인  노동자가 주를 이루는  필라델피아 경선에서 오바마가 힐러리를 이겨내기는 힘든 상황을 만들어냈다.
사실 부시가 고어를 이겨낸 것도 고어의 엘리트 주의에 대한 반감 때문이었다는 평가가 자자하고, 한국에서도 이회창은 그의 "귀족" 이미지 때문에 노무현 바람에 속절없이 무너져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반면 노무현은 정치권력을 잡고 나서 "선생"과 "서민" 사이를 정신없이 오가는 바람에 오늘날 보수정치가 "씨받이" 역할을 자처하며 이명박 정권을 출범시키는데 기여했다. 말도 많지만, 사실 전체적인 추세상 적어도 "공주" 보단 "마빡이"가 더 가망있는 정치판인 것은 사실인 것 같다.

올해 대선을 치루는 미국사회에서도 이 "마빡이" 경쟁이 나름 한창 인가 본데, 오늘 뉴욕타임즈를 보니 지난 월요일 NBC의 최고 인기 프로그램중의 하나인 " Deal or No Deal" 이란 프로그램에 미국 대통령 부시가 깜짝 까메오로 출연을 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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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nytimes.com/2008/04/22/arts/television/22watc.html



사실 이 "사행성 프로그램"에 대통령이 출연한 것에 대해서 할말들이 많을 듯 한데, 어쨌든 출연자인 전역군인(이라크 복무를 마친)과 방청객 상당수는 거의 눈물을 보일 지경이니, 하늘에서 돈이 안떨어지는지만 바라보고 사는 미국의 수백만 "로또인생"들의 감수성을 자극하는데는 나름 성공적이었나 보다.
한번도 본적은 없지만, 한국의 무릎팍 도산가 허벅지 장사인가 하는 프로그램에도 정치인들이 출연했다던데.....

뉴욕타임즈 기사의 한토막은 오늘날 미디어 정치와 엘리트주의 문제에 있어서, 뉴욕타임즈만이 보여줄 수 있는 촌철살인의 문장인 듯.

"2008년 (미국)대선과 엘리트 주의의 관계는 1950년대의 대선과 공산주의와의 관계와 같다: 성공의 암초다."

다른 사람들이야 그렇다치고, 맥케인이 미국 드라마 24에 까메오로 출연했었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았다. 저 몇초를 나오고 싶었을까 싶을 정도지만, 기꺼이 까메오를 열심히 해두는 것이 나중에라도 사람들의 흥미와 "친근감"을 만들어내는데 도움이 되는 듯. 이젠 정치인도 "종합 엔터테이너"의 반열에 올라야 할 듯.




John McCain on 24




정치인 유학의 계절이 오는가...

총선이 끝난 다음날이었던가? 한국 유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거물급" 정치인들이 이제 대거 미국으로 몰려오겠다고 혹시 "방문학자"비자가 남아나지 않아, "등록비 더블"을 부르고 미국 대학들과 딜을 하지 않겠냐고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재오가 테이프를 끊을 모양이다.
유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아마도 가장 각광받는 미국내 정치인 "유학촌"은 워싱턴DC일거라고 했더니 이재오도 그 곳을 강력 검토 중이란다.

워싱턴 DC는 미국 정가의 로비스트들의 집합소이니 어차피 "재기"를 노리며 "간"보는 한국정치인에게는 자신의 "국제 정치 (로비) 감각"을 키우는데는 매력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현직 대통령, 정재계 그리고 관계인사들도 정기적으로 "예방"하는 곳이니 국내 정치와 그다지 떨어져 있어 소외된다는 느낌도 없을 테고 말이다.

이명박도 선거비리로 의원직을 내놓고 워싱턴에 있었고, 홍준표도 마찬가지였던 것을 보면,
이회창이 대선 패배 후 머물렀던 스탠포드 보다는 (물론 정몽준은 조금 예외적일 수도 있겠다-그도 스탠포드에 와 있었다)  워싱턴 체류자들이 현실 정치무대에서 잘나가고 있으니 나름 재기를 위한 "명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다.
어차피 무슨 학위를 얻기위해 공부를 할 사람들도 아니고, 이력서에 "연구원" 한줄 더 집어 넣고, 국제적 정치 경험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을 경력을 덧칠하고 싶어할 해외 원정생활이니 이왕이면 다홍치마 아니겠는가?

정치인들의 미국 유학이 남긴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한 데,
월스트리트의 뉴욕도 아닌 워싱턴 DC에 머물렀던 이명박은 어디 한인 테니스모임에서 귀동냥을 했는지 정치대신 "아비트리지"를 배워왔다고 돌아와서 자기와 같은 "급"이라고 생각했던 재미교포 "천재"에게 사기당하고,  "두잉 베스트" 하시고 계시는 중이다.

사실 자신의 전공 보다는 유학생활 동안 "오렌지"와 "어륀지"의 차이만 "감명깊게" 배워 온 이경숙같은 "총장"도 있으니까 누굴 탓할까마는, 정치인 유학이란 새로운 장르는 한국의 독특한 정치문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같다.

기본적인 정치인으로써의 ABC만 생각을 해도, 정치적으로 재기를 할려면, 현장에서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이 올바른 것이 아닐까 싶은데, 너도나도 미국 유학을 입에 올리는 한국의 정치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무슨 개뿔 한반도 문제, 북한 문제를 미국와서 연구들 하시겠다는 말들 일까?
받아쓰기 출제자 직강이 고프신 것도 아니고...

중국이나 러시아라면 내가 또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해리티지 재단 같은 연구소들은 네오콘의 이론적 지지를 위한 미국내 대한국 "꼴보수 싱크탱크"들인데 그런것은 "조갑제 닷컴"이나 "시대정신"같이 한국에도 다 있다.
그런데서 "통역 통해" 줏어들은 몇마디를 가지고 들어와서 한국 정치를 또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그러는 지...  도서관에서 책한권 제 손으로 찾아보지 않을 인간들이 말이다.

워싱턴 DC가 좋긴 하겠지. 특파원들하고 한번씩 술마심서 자기 존재감을 나타내는 인터뷰도 종종 해가면서 외롭지 않게 지내긴 말이다.
뭐 미국 입장에서도 고마울 따름일 텐데, 돈보따리 싸들고 기부하겠다지, 한국에 "**대학에 연구원으로 있는" 하는 식으로 홍보도 해주지, 직접 찾아가서 한국정치 연구하면서 자신들의 대외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보다는 제발로 걸어온 몇몇 한가로운 정치인들을 통해 "정보"도 쉽게 빼먹을 수 있지....하여간 말이 유학이지 제발로 "서자"로 살겠다고 기어들어오는자 누가 말리겠는가?

돌아가는 꼴을 보니 워싱턴에서 여야불문 "낙선자 친목회"가 열릴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자기돈으로 가겠다는데야 뭐 말릴 장사가 없겠지만, 제발 미국에서 한국을 대변함네 하면서 뻘짓이나 안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인들이 "낙선"이후에 뭣들하고 사는지라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도 고어는 낙선이후에 환경운동가로 나서지 않았던가?

세상은 항상 그렇지만, 배운 놈 보다 "배운 척 하는 놈"들이 피곤스럽게 만드는데...

"내가 미국에서 보니까 말이지" 하는 식의 허풍만 들어 돌아오는 정치인들이 또 4년 뒤 한국사회를 흔들려들거라 생각하니 암울하기만 하다... 한국에서 한국문제도 제대로 볼 능력이 없었던 인간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