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유학의 계절이 오는가...

총선이 끝난 다음날이었던가? 한국 유학생들과 이야기를 하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이번 총선에서 낙선한 "거물급" 정치인들이 이제 대거 미국으로 몰려오겠다고 혹시 "방문학자"비자가 남아나지 않아, "등록비 더블"을 부르고 미국 대학들과 딜을 하지 않겠냐고 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이재오가 테이프를 끊을 모양이다.
유학생들과 이야기하면서 아마도 가장 각광받는 미국내 정치인 "유학촌"은 워싱턴DC일거라고 했더니 이재오도 그 곳을 강력 검토 중이란다.

워싱턴 DC는 미국 정가의 로비스트들의 집합소이니 어차피 "재기"를 노리며 "간"보는 한국정치인에게는 자신의 "국제 정치 (로비) 감각"을 키우는데는 매력이 있을 것이다.
게다가 한국의 현직 대통령, 정재계 그리고 관계인사들도 정기적으로 "예방"하는 곳이니 국내 정치와 그다지 떨어져 있어 소외된다는 느낌도 없을 테고 말이다.

이명박도 선거비리로 의원직을 내놓고 워싱턴에 있었고, 홍준표도 마찬가지였던 것을 보면,
이회창이 대선 패배 후 머물렀던 스탠포드 보다는 (물론 정몽준은 조금 예외적일 수도 있겠다-그도 스탠포드에 와 있었다)  워싱턴 체류자들이 현실 정치무대에서 잘나가고 있으니 나름 재기를 위한 "명당"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말이다.
어차피 무슨 학위를 얻기위해 공부를 할 사람들도 아니고, 이력서에 "연구원" 한줄 더 집어 넣고, 국제적 정치 경험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을 경력을 덧칠하고 싶어할 해외 원정생활이니 이왕이면 다홍치마 아니겠는가?

정치인들의 미국 유학이 남긴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 한 데,
월스트리트의 뉴욕도 아닌 워싱턴 DC에 머물렀던 이명박은 어디 한인 테니스모임에서 귀동냥을 했는지 정치대신 "아비트리지"를 배워왔다고 돌아와서 자기와 같은 "급"이라고 생각했던 재미교포 "천재"에게 사기당하고,  "두잉 베스트" 하시고 계시는 중이다.

사실 자신의 전공 보다는 유학생활 동안 "오렌지"와 "어륀지"의 차이만 "감명깊게" 배워 온 이경숙같은 "총장"도 있으니까 누굴 탓할까마는, 정치인 유학이란 새로운 장르는 한국의 독특한 정치문화를 만들어내는 것도 같다.

기본적인 정치인으로써의 ABC만 생각을 해도, 정치적으로 재기를 할려면, 현장에서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방식이 올바른 것이 아닐까 싶은데, 너도나도 미국 유학을 입에 올리는 한국의 정치인들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무슨 개뿔 한반도 문제, 북한 문제를 미국와서 연구들 하시겠다는 말들 일까?
받아쓰기 출제자 직강이 고프신 것도 아니고...

중국이나 러시아라면 내가 또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에서 한반도 문제를 다루는 해리티지 재단 같은 연구소들은 네오콘의 이론적 지지를 위한 미국내 대한국 "꼴보수 싱크탱크"들인데 그런것은 "조갑제 닷컴"이나 "시대정신"같이 한국에도 다 있다.
그런데서 "통역 통해" 줏어들은 몇마디를 가지고 들어와서 한국 정치를 또 얼마나 혼란스럽게 만들려고 그러는 지...  도서관에서 책한권 제 손으로 찾아보지 않을 인간들이 말이다.

워싱턴 DC가 좋긴 하겠지. 특파원들하고 한번씩 술마심서 자기 존재감을 나타내는 인터뷰도 종종 해가면서 외롭지 않게 지내긴 말이다.
뭐 미국 입장에서도 고마울 따름일 텐데, 돈보따리 싸들고 기부하겠다지, 한국에 "**대학에 연구원으로 있는" 하는 식으로 홍보도 해주지, 직접 찾아가서 한국정치 연구하면서 자신들의 대외정책을 진지하게 고민해보기 보다는 제발로 걸어온 몇몇 한가로운 정치인들을 통해 "정보"도 쉽게 빼먹을 수 있지....하여간 말이 유학이지 제발로 "서자"로 살겠다고 기어들어오는자 누가 말리겠는가?

돌아가는 꼴을 보니 워싱턴에서 여야불문 "낙선자 친목회"가 열릴 날이 머지 않아 보인다.
자기돈으로 가겠다는데야 뭐 말릴 장사가 없겠지만, 제발 미국에서 한국을 대변함네 하면서 뻘짓이나 안했으면 좋겠다. 그리고 미국의 정치인들이 "낙선"이후에 뭣들하고 사는지라도 좀 배웠으면 좋겠다. 그래도 고어는 낙선이후에 환경운동가로 나서지 않았던가?

세상은 항상 그렇지만, 배운 놈 보다 "배운 척 하는 놈"들이 피곤스럽게 만드는데...

"내가 미국에서 보니까 말이지" 하는 식의 허풍만 들어 돌아오는 정치인들이 또 4년 뒤 한국사회를 흔들려들거라 생각하니 암울하기만 하다... 한국에서 한국문제도 제대로 볼 능력이 없었던 인간들이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