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램의 초상 (핸드폰 사진)

컴퓨터를 끝내 못 팔고 창고에 집어 넣고 가려니 하드디스크 속 먼지 쌓인 화일들을 다시 한번씩 클릭해서 깨우고 있는데,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들이 몇개 남아 있다.
지워버리긴 뭔가 아깝기도 하고 하니 보이는데로 조금씩 여기 올려 놓을 참이다. 티스토리가 용량 제한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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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말 어느 토요일 RDU


하우스 메이트가 비행기 표를 잊어먹어서 공항에 따라갔다. 공항에 재발급을 받으러 들어갔던 그는 시간이 되도 나올 줄을 몰랐고, 차안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던 나는 불법 주정차 단속 요원을 피해 그날 공항을 몇바퀴나 돌았는지 모른다.

워낙 심심한 통에 차안에서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었던 것 같은데, 오늘 보니 무슨 텍사스나 네바다 사막에 있는 공항 처럼 나왔다. 얼마간 남부의 황량한 미국 소도시 공항 분위기도 나고해서 - RDU 가 실제로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 올려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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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ms Club


이달 초 어느 일요일이었던 것 같은데, SAMS CLUB 카드 만드는데 따라갔다가 멀뚱멀뚱 서있기 뭐해서 찍은 사진인 듯하다. 미국의 쇼핑 센터 내부에서는 사진 촬영이 금지 되어있는데, 핸드폰은 그런 공간에서 나름 유용하게 쓰일 때도 있다. 어쨌든 Walmart 의 계열사인 SAMS CLUB은 연회비를 내는 대신에 저가를 보장하는 데, 파는 물건들이 도매로 파는 덩어리들이어서 혼자서 쇼핑을 하기엔 조금 부담스럽다. SAMSCLUB은 아직 한국에 안들어 온 것 같지만, 쉽게 말하면 COSTCO 의 대표적 경쟁 마켓이다.
그건 그렇고, 쇼핑센터 출구 앞에서는 혹시나 계산안된 물건이 있는지 일일이 영수증과 대조하는 절차가 있는데, 처음이나 지금이나 무슨 윈시적인 "전수조사"인지 몹시 불쾌하고 짜증나는 절차다. 손님이 많은 일요일 오후에는 계산대에서만 줄서서 기다려야하는 것이 아니라 쇼핑몰을 빠져나갈 때도 줄서서 기다려야한다.
출구의 벽위에 걸린 노스캐롤라이나 주기와 성조기가 저 게이트를 무슨 출국장 분위기로 만들어내는데, 생각해 보면 샘스클럽에서 이루어지는 판매와 구매 방식이 어떤면에서는 가장 전형적인 미국식 소비문화를 보여주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아동노동을 시키던 뭔짓을 하던 일단 싸고보면 되고 "사이즈가 크면" 장땡이다.
어쨌든 나도 지난 2년 남짓 샘스클럽 회원이었는데, 주된 구매품은 담배와 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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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AP 야구장 근처의 아메리칸 타바코 디스트릭트의 럭키스트라이크


사실 핸드폰 사진을 다시 열어보게 된 것은 오늘 찍은 사진들 때문이기도 했다. 카메라를 안가져가서 어쩔수 없이 핸드폰으로 찍었던 사진들을 정리하려다 보니 예전에 찍은 사진 몇장이 딸려 나온 셈인데...

굴뚝이 무슨 심령 사진처럼 찍혔다. 나중에 사진기 가져가서 다시 찍을 기회가 있겠지만, 일단 올해는 기회가 없을 것 같으니 올려놓는다.
얼마 전에 DBAP 과 Durham Bulls 야구장 사진을 올릴 때 이미 잠깐 언급했던 American Tabacco District 에 있는 럭키 스트라이크 굴뚝이다. 한때 American Tabacco 의 창고가 있던 이 곳이 재개발 되어 더램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는 중이다. 럭키스트라이크 굴뚝은 이 곳이 어떤 곳이었는지와 더불어 더램의 경제 부흥기를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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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만에 처음으로 이 아메리칸 타바코 디스트릭트를 걸어 다녀보니 나름 운치가 있다. 당시 창고와 곧바로 연결되던 철도와 기관차 한대를 상징물로 복원해 놨다. 
이 구역은 재개발 된 아메리칸 타바코 구역의 최북단인데, 아메리칸 타바코 구역은 과거 열차가 운행하던 길 (아메리칸 타바코 히스토릭 트레일)의 더램 다운타운 시작점이기도 하다. 열차운행이 중지되고 나서 과거의 열차길을 자전거와 산책로로 보존해 놨다. 트레일은 가본다 가본다 해놓고 끝내 올해도 못가보고 말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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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간 사람들과 농담으로 "이건 이명박 청계천 모델하고 닮았네" 하며 농담을 했었는데, 인공적으로 조성된  개울과 폭포가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 담배 창고에 왔다는 느낌보다는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왔다는 느낌을 더 강렬하게 제공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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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펠 탑처럼 서있는 럭키스트라이크 물탱크 아래는 조그만 섬처럼 꾸며져 의자와 테이블이 놓여 있다. 이 물탱크가 American Tabacco 구역의 중심을 잡고 있는 듯. 같이 갔던 사람들과 기념으로 그 아래에서 맥주한잔을 했다.


Cancun의 이동통신 판촉 모델- 신자유주의의 초상

호텔에 체크인을 하고 동네 주변을 돌아보고 있는데, 멀리서 스피커의 쿵쾅 거림이 들려왔다.
귀에 익은 댄스 뮤직이 흘러나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아무도 걸어다니지는 않을 것 같은 길목에 한 여인이 춤을 추고 있다.

한국의 나레이터 모델처럼. 그러나 사탕으로 입을 봉한채 대신 광고 전단을 한손에 들고.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아 심심했는지 가게 앞에 나와 앉은 한 남정네만 보면서 춤을 추던데,
다가가서 사진이나 찍자고 할 것을, 후회가 막심이다. 내 인생은 항상 왜 이리 우물쭈물 주저주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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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원 렌즈, 수전증 인증 샷.


이름모를 칸쿤의 "언니"께서 판촉하고 계시던 것은, Telcel 이라는 멕시코 최대의 이동통신회사였다.

"황금알"을 낳는다는 "첨단" 이동통신 시장이 창출한 "일자리"에서,
한국에서도 그렇듯, "몸쓰는" 바람잡이 역할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Telcel 이라는 회사는 멕시코 핸드폰 사용자의 80%를 독점하는 괴물 같은 회사로 알려져 있다.
미국에서 쓰던 내 AT&T 핸드폰도 별도의 신청도 없이 자동으로 Telcel 로 로밍이 되어버리던데,
알고보니 멕시코 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의 GSM 기반 무선 통신 시장을 싸그리 장악하고 있는 "독점재벌"이란다. 그나저나 AT&T는 내 의향이나 좀 물어보고 나를 멕시코 회사에 팔아먹던가 말이지, 전에 캐나다에서도 그러더니, 역시  NAFTA의 위력은 이런것인가 싶었다.

Telcel 의 모기업은 중남미 최대의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América Móvil 이다.
아메리카 모빌은 하비의 "신자유주의: 간략한 역사"에 소개될 정도로 "돈되는 데만 투자"하는 회사로도 악명이 높다.

이미 작년 10월 포브스에서 발표를 통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전세계 최고의 부자, Carlos Slim Helú (카를로스 슬림이라고 보통 표기한다)가 이 회사의 회장이다.
빌게이츠와 워렌 버핏을 누른 이시대 최고의 부자가 멕시코 기업가라는데 모두들 고개를 갸우뚱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사실 그 만큼 카를로스의 "축재과정"은 멕시코 정치에 있어서 지극히 문제적인 사건으로 기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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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를로스 슬림이 클린턴이 주도하는 글로벌 이니셔티브에서 발언하는 사진이란다. 하긴 클린턴이 관철시킨 NAFTA로 멕시코 농민들이 죽음으로 내몰릴 때, 그 최대 수혜자가 이 카를로스가 아니던가?



카를로스가 세계 최대 부자가 된 가장 큰 기반은 1990년대 멕시코 정부의 "유선전화사업 민영화"에 있었다. 우리 MB 아저씨가 추진한다는 우체국 민영화도 똑같은 논리이듯, 국가 기간사업의 민영화는 시장의 논리에 따른 보다 나은 서비스 제공이라는 명목하에서 정당화 된다. 사실 국가 기간사업이 적자가 난다면 다른 세원을 확보하는 방식으로, 그러니까 부자들에게 그리고 투기성 경제행위로 부터 세수를 확보할 수도 있는 문제인데, 신자유주의 논리는 절대 소수 부자의 "부"를 건들지 않겠다는 철칙을 가진 듯 진행된다. 농촌에서 섬에서 편지로 고국의 소식을 주고 받고 보건소 진료에 의존하는 "다문화가정"은 애초에 고려 해 볼 생각도 안한 채, 재벌들의 법인세는 감면해주고 우체국, 의료보험등등은 민영화하겠다는 논리를 펼치는 과단성에 지금 한국은 열광하고 있으니....

어쩌면 문제의 핵심은 국가 기간 사업이 적자가 나고 있던 어떻든 간에, 그 기간 사업이 그나마 지속적으로 추진되고 기반을 갖춘 것은 전적으로 "국민의 세금"이었다는 사실을 국가가 "시장논리"라는 불가피함으로 포장해서 잊어버리게 한다는데 있지 않은가 싶다. 

"합법을 가장한  부의 탈취" 이것이 신자유주의의 초상이다. 
신자유주의 하의 국민들은 자신들이 내온 세금이 어느날 갑자기 한 개인의 "부"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당연스레" 경험하게 된다. 

결국 세계 최대 부자 카를로스의 재산은 사실상 멕시코 국민의 세금을 어느날 갑자기 가로챈 "합법적 도둑질"의 결과이고, 국가를 대신해 직접 세금 걷이에 나선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멕시코의 경우에도 유선전화사업 민영화는 정치적 결정이었다. 또, 통신사업 개방을 NAFTA 협정시 한시적으로 유예함으로써 카를로스의 독점적 지위를 보장해 주기까지했다. "자유무역협정" 속에서 멕시코 농민들이 토지를 잃고 파산해 갈 때 멕시코 정부가 한 것은 결국 "부자 한사람" 만들어주기였던 셈이다.

사실상 정권을 인수한 정부가 대체로 국가 기간 사업의 민영화를 추진 하는 것은, "자본에게 떡밥"을 던지는  정치적  제스처이기도 하다.
한국이 멕시코의 신자유주의 정책의 수순을 밟지 않는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이미 노무현 정권하에서 삼성은 카를로스 처럼 "벼락부자"로 등극하지는 않았지만(엄밀하겐 이미 박정희가 해줬으니 불필요한 것이고), 정치적 무소불위의 권력으로 성장하지 않았나?
MB에게 기대를 한껏 거는 현대가 이제 그 바통을 넘겨 받을 것인가?

"부자가 되는 길을 가로막지 맙시다" 라는 신자유주의의 허울 좋은 논리가 "몇 사람"의 부자 만들기로  귀결 되지 않기 위해서 멕시코의 사례는 유념해 볼 필요가 있다.

아무도 세계 최고의 부자를 가진 "멕시코"라고 자랑스러워 하진 않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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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구상은 셔터내리고, 이동통신은 판촉에 나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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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굽은 어깨로 보아 전직이 모델이셨던 것은 아니었나 본데, 신자유주의가 여성을 농업에서 해방시켜 어깨는 펴주는 것일까 하는 말도안되는 생각을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