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경태 [에디토리얼] 유감..

요즘 같은 세상에 기자이름을 기억하며 글을 읽는다는게 쉽지는 않다.
자기 이름을 의도적으로 내세우면서 칼럼이나 기사를 쓰는 몇몇을 제외하면 말이다.
속보와 특종이 기자들 스스로 만족할 유일한 창구가 된 듯한 세상에서,
회사이름 말고, 사실 이름을 내걸고 글을 쓰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잘 모를 세상이지만,
나름 작가주의 기사랄까 평론이랄까 그런게 얼마쯤은 있다해도 내가 시비를 걸 것은 아니다.
뭐 사실 다른 직종이지만, 동네 헤어디자이너 선생들께서도 이미 다 하시고 있지 않던가 말이다.

그러고보니 한때 내 주변사람들이 다들 배뭣남인가 하는 기자가 자꾸 포털에 이름이 뜨는 것을 보고,
베트남으로 잘 못 보고 클릭하고 들어갔다는 사람들도 있었고, 나도 그중의 하나였고....
그가 뭘 썼는지 별 기억은 없어도, 이름만은 그렇게 강하게 새겨진 그런 경우도 없지 않긴 하다.

이제 시네 21 편집장이 된 고경태는 한번도 만나본 적은 없지만,
몇 안되는 "아는기자"같은 사람이다.
그가 한겨레 21 시절에 줄기차게 베트남 양민학살 문제를 이슈화 했을 때, 독자로써 열심히 읽었던 탓에 말이다.
목숨걸고 기사써야할 때였고...
제2의 오홍근이 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었던 때 기사를 꿋꿋이 쓰던 대나무 같은 인상을 기사 너머로 받았었고...

그런데....
[에디토리얼]이란다.
네이버에서 클릭했을 때 씨네21 사이트로 연결만 안 됐으면,
뭔 "한글로 옆차기한 영어"인가 하고 창을 닫을 뻔 했다.
(사실 더 가관은 "나의 길티 플레저"라는 꼭지명이 있다는 것이다. 차라리 영어로 써라. 환장을 하겠네 그려..)

[에디토리얼] MB를 욕하지 말자. (http://www.cine21.com/Article/article_view.php?mm=005003005&article_id=54678)

그래도 그렇지 이건 무슨 외국기자가 쓴 글을 번역한 것도 아니고,
그것도 한겨레 출신기자 출신 편집자가 쓴 글에 붙을 꼭지명(코너라고 쓸라다가 쪽팔려서 다른 말 찾느라 힘들었다)과 제목일까 싶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다.

날도 추운데 썰렁한 말장난을 하자면, 에디토리얼이 무슨 에디머피가 썰을 풀어놓는 곳은 일단 아니지 않는가?
편집자가 쓴 글이니 얼마간 사설의 성격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말이다.

그런데 솔직히 읽다가, "에디머피"적 해학도 없는 글에 실망에 실망을 거듭하지 않을 수 없었다.

MB를 욕하는 것은 노무현 욕하는 것과 닮아있다. 욕할라면 제대로 하자. 욕에도 진지함과 상상력이 있어야 한다. 자기성찰하자.

뭐 그런 식으로 정리되는 썰풀기를 읽고 나니 급격하게 대뇌가 급격히 수축하고 혈압이 오르는 데...
자려고 누웠다가 편안히 눈감기 힘들어져서 다시 일어나 이렇게 손비비며 타자를 치고 있다.

일단 모니터 쳐다보다 눈꼽 생기게 하는, 그의 엘리트주의적이고 적당히 시니컬해진 어조는 잠시 접어 두더라도,
노무현 때문이다와 MB때문이다를 같은 수준에 놓는 그의 어설픈 "비교사학"에 헛웃음이 나온다.
뭐 술자리에서 들었다면 그러려니 했겠고, 법적 신분이 보장된 "개그맨"들인 국회의원들이 중 누가했다면 그러려니 하겠다.
그런데 [에디토리얼]이시라니까 오마이뉴스의 [취중진담]도 아니고, 이건 좀 문제가 심각하다.

자신이 답이 안나오면, 그 옛날 국어책에 나오던 어떤 "작가"아저씨 처럼, "붓두껍"을 닫거나,
손꾸락에 깁스를 한 결과 한주 쉬겠다고 쓰던가 해야지,
자기가 시니컬 해졌다는 사실을 가지고 세상에 발언하려고 들면 이건 오버다.
"MB때문"이 아니라 "덕택에" 경제도 안좋은데, 지면낭비고 편집자 지위를 감안하면 정치적 과용이다.

노무현 때문이다는 한때 유행어도 되기도 했으니까 대체로 그려려니한다.
사실 그건 순전히 개인적인 캐릭터적 파탄에 기반한 바도 없지는 않고, 보수 작전조들의 노력의 결실이기도 하다.
그런데 MB 때문이다도 그런가?
무엇보다 나는 MB때문이다가 그렇게 쉬운 언설인가에 일단 의문이 든다.
 
"쥐새끼"운운하면서 "MB가 하는일이 다 그렇지"류가 노무현때문이다가 비슷한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긴 하지만,
"노무현 때문이다"의 공론장에서의 등장과 "MB"에 대한 비판은 일단 그 내용과 수준이 판이하다.
심지어는 발화주체조차도 대체로 판이하다.
그리고 "MB 때문이다"가 "노무현 때문이다" 계보를 잇는 문학작품으로 등장할 일은 내 어줍잖은 상상력에는 없다.
이건 그냥 고경태가 느낀 사적 감정의 오버밖엔 아니다. "MB 욕하는게 뭔 의미가 있지?" 이런 수준에...

오히려 현실적 상황은 사람들이 사실 "MB 때문이다"라는 말을 쉽게 토해내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 있지는 않을까?
냉정하게 아직 "반정부투쟁" 혹은 "정권타도"가 일반적 구호는 아니지 않는가?

"노무현 때문이다"가 MB를 대통령으로 만드는데 지대한 대중정서를 기초했다고 하면,
"MB 때문이다"는 일단 논리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일단 쉽지가 않은 정치적 수사이다.
사람들은 생각보다 똑똑하지 않을지 몰라도, 복잡하긴 하지 않은가 말이다.

그걸 하겠다고 일찍부터 덤비는 인간들이 있는 것은 인정하겠고,
자기 손가락으로는 MB안찍었다고 그 손가락으로 키보드와 사타구니를 오가며 자위나 하고 있는 인간들이 없다고는 못하겠다.
그런데 정작 거기에 대고 한말씀 하시고 싶었던 것인가?

그의 글이 그렇듯, 급하게 논리적으로 비약을 해보자면, 그래서 상상력도 없고, 침착하지도 못한 MB 비판자들은 닥치라고
혹은 시끄러우니까 "볼륨을 낮춰라"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기본적으로 "노무현 때문이다"와 "MB때문이다"는 유사한 서술구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전혀 다르다른 이야기란 사실을 몰라서일까비슷한데가 한군데도 없는 언설이다. 그걸 몰라서 일까? 대체?
거 지난 8-9년 전에도 그저 "양민학살은 무조건 나빠" 정도에서 글을 썼던 것일까 그는?
하긴 캄보디아를 침공했던 베트남 이야기를 어줍잖게 끼워넣었던 것도 기억이 나긴한다.
뭐 개인적으로 오죽했겠냐 싶기도 했지만, 다시생각해보니 생각이 얼마간 단순해야 그런 기사꼭지를 한국군에 의한 양민학살 문제를 쓰다 끼워넣었겠구나도 싶다.

"나는 노무현도 싫었고 MB도 시껍하다"는 인간들 중에서,
그나마도 모니터 보며 코딱지 파던 손으로 마우스 클릭하는 인간이나 "뭐 비슷하네" 하고 생각한다면 모를까.
MB에게 책임을 묻는것과, 노무현에게 책임을 묻는게 정말 비슷하다고 생각해서 쓴글이라면,
"에디토-리얼"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것으로 깨끗히 내 손꾸락을 접겠다..

"네덕 내탓"류의 한국 토착 천주교 캠페인도 아니고,
무슨 어쭙잖은 자책류의 논조로 마감을 할 것은 무엇인가?

내가 보기엔 "촛불타령 그만하자"가 오히려 더 정확한 현실 인식이다.
요즘 노래 안부른다는 정태춘도 이유가 있다고 하더만,
"춧불만 하염없이 태우리라"류의 진부한 지식인들의 논조가 나는 지겹다.

내가 "촛불"의 신선함과 거리에 넘쳐나던 상상력을 부정해서가 아니라,
"하염없이 태우고"만 말 것이 우리들의 분노와 보다나은 세상에 대한 동경이 아니라면,
"욕하지말자" 같은 계몽주의부터 벗어던져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