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소와 독설이 위험한 이유

나도 그렇지만 냉소와 독설은 대개 지식인들의 상당수가 가지게 되는 버릇같은 것이기도 하다.
글과 말로 먹고 살아야하는 사람들이 감정을 표현하는 한 방식으로 자신의 "흥분"과 "화"를 고스라니 문자 위에 거친 맥박으로 옮겨 놓는 것에 대해 일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가끔 "흥분과 냉소의 언어"가 글쓴이의 의도를 왜곡하거나 전혀 다른 효과를 불러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진중권이 프레시안에 기고했다는 "....웃기고 자빠졌네!"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60080428094447) 는 그런면에서 위험한 글이다. 중국이란 정치체와 10억인들의 관계를 거의 자연화 시켜버린데다가, 단순한 "반중국" 논자들이 제멋대로 생각해버릴 가능성을 냉소와 흥분의 행간에 너무 많이 열어놔 버렸다.
그러니까 달리 말하면, 중국의 "애국주의적 광기"를 탓하다가, "반중국"이란 "집단적 혐오증"을 만들어내는 데로 나아가 버린 것이다. 이건 좀 아니지 싶다. 그가 그리 "불구대천의 원수"보듯 하는 주사파도 사실 좀 넓게 보면, "반미주의"라는 "집단적"이고 "단순한" 혐오증에 기댄바가 크다. 그러니까 "안티"테제는 그 자체로 논리적인 함정이 너무나 많고 얼마간 "폭력의 귀환"으로 밖에는 수렴되지 못 할 정치적 기획이라는 것이다.

중국 젊은이들의 "광기어린 애국주의"를 옹호하고 싶은 마음은 털끝 만큼도 없지만, 티벳 사태와 올림픽 성화봉송과 관련된 전지구적인 분란이 시사하는 바는 중국인들이 "소양"이 안됐다는지 하는 식의 즉자적인 역공격이 필요하다기 보다는 민족주의와 민주주의가 반목하고, 자결권의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이상주의가 다층적으로 작동하는, 다시말해 티벳의 자결권과 중화민족(한족)의 자결권이 뒤엉켜 버리는 현재적 상황을 분석하는게 아닐까 싶다.

나이브한 제안 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충돌이 충분히 예상 되었던 사건인데, 그럼 적어도 미리 한번쯤 모든 이야기를 들어 볼 토론회 정도를 기획하는 것이 이른바 진보진영의 성숙된 모습이 아니었을까?
한국내에서 일하고 공부하는 중국 젊은이들도 그들이 "광적 중화주의자"던 무엇이던 이미 우리사회의 일부였던 셈이고, 티벳인들도 마찬가지고, 티벳 여행하고 돌아와서 작정하고 친티벳 지지자가 된 한국인들도 마찬가지고, 그 모든 문제에 "냉담"하거나 "무관심"한 인들도 함께 불러내서 말이다. 적어도 그러는 과정이 있었다면 느닷없이 서경석이나 플러첸 같은 인간들에게 논쟁의 주도권을 빼앗기지도 않았을 텐데하는 아쉬움이 있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경찰은 뭐했나?" 식의 논의가 한국사회에서 티벳과 성화봉송 문제와 관련된 사후적인 논의의 주된 이슈가 되어야 하겠나?

도대체 그 많은 한국내 중국 전문가 학자들은 뭣 들 하시는 것일까? 자기 밥줄 끊길까봐 근신하시는 것도 아니고.. 진중권이 오죽했으면 자기가 뭔말을 하는지도 모를 만큼 흥분해서 글을 쓰겠냔 말이다.


티벳과 중국의 대결? 미국과 중국의 대결?



어제 학교에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여성 변호사(판사였다가 쫒겨났었나?)가 강연을 왔다. 내가 맡은 일은 포스터 붙이고, 행사장 정리요원으로 두시간동안 행사장 밖에서 문지기 일을 하는 것이었다. 결국 그 변호사가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는 한마디도 못 들었던 셈인데, 문틈사이로 간간히 흘러나온 사람들의 반응이 무척 뜨거웠던 것으로 보면, 그 이란에서 여성의 권리를 위해 싸워온 그 인권운동가의 개인사가 감동적었던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렇게 행사장 밖에서 뻘쭘히 서 문지기를 하던 중, 학교 신문을 보니 일면에 대문짝만하게 난 기사가 시선을 붙잡았다. 그 기사에 따르면, 학교에서 티벳투쟁 지지시위가 있었는데, 그 시위장에 80여명의 중국 유학생들이 나타나서  양측의 구호와 함성으로  행사자체가 아수라장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하나의 중국 하나의 세계", "티벳은 중국의 일부다" 등등의 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중국국가를 티벳을 지지하는 학교 인권운동 단체를 향해 불렀다는데 학교 경찰이 만일에 대비해 출동하고, 학교 학생과담당 교수들도 출동하는 "사태"였다고 한다.

그동안 유투브, 중국 인터넷등들에 티벳사태에 "분개하는" 젊은 중국인들의 격한 움직임에 대해 들어왔지만, 그것이 미국의 한 대학에 까지 옮겨오게 될지는 몰랐다.

나중에 사회학과 대학원생에 들어보니 학교신문에 실린 오성기를 들고 소리치는 모습의 중국인이 자기 동기여서 자기도 현장에 있었다는데, 그 "쪽수"에 모두가 압도당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날 "친 중국 시위"는 티벳관련 학내 시위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한 듀크 중국인 학생회가 긴급 회의를 밤에 소집에서 조직되었다는데, 심지어 근처 NCSU 에 다닌다는 중국인 유학생들까지 참여했다니 중국인들이 티벳문제를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전투적"인가를 확인 할 수 있었다.

결국 티벳 인권 문제는 밀려나고, 친 티벳 시위를 준비한 "미국인" 학생들과 "중국인" 학생들간의 설전이 주가된 신문기사가 되고 말았는데, 중국 유학생들의 정치적 의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미국과 중국의 대립으로 몰고가는 신문기사는 조금 거슬리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오늘의 한마디"로 따로 실려있기 까지 했는데...

" God Bless America" 라고 내(주-미국인 학생)가 말하자 중국인 학생들은 야유를 했다.
"자유와 정의를 모두에게"라고 소리치자, 중국학생들은 "거짓말 쟁이"라고 소리쳤다.

사실 미국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라면 나도 고개를 끄덕이겠는데,
기사 맥락에서는 미국내에서 미국 대학을 다니는 중국 유학생들이 미국을 무시한다는 내러티브로 읽히고도 남음이 있었다.
전형적인 미국적 시각이랄까? 갑자기 티벳 사태에 대한 미국인들의 "지나친 관심"에 의구심이 들정도인데....

올 한해 미국내 "반중감정"은 치솟을 데로 치솟아 있는 것은 사실이다. 장난감 사태부터 중국산 식료품 그리고 이젠 티벳까지...
그런 사태에 고소해 하는 한국인들도 어이없긴 마찬가지지만, 그렇다고 티벳사태를 국가주의적으로만 바라보는 중국의 젊은이들 앞에서도 기겁을 하게되니 정말 요즘은 만사가 몹시 복잡하다..


** 동영상을 보니 내 지도교수도 나오고, 내가 언급한 사회학과 한국인 대학원생도 나온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