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DS 백신이냐 치료제냐 그것이 문제?

비내리는 새벽길을 걸어 맥도날드 아침메뉴를 새벽 1시에 먹고 돌아왔다.
텅빈 도서관에 유난히도 귀를 거스르는 한국 학부 유학생들의 목소리를 뒤로하고, 또 이래저래 정신 못차린 "클릭질"을 하고 있는데, 눈에 띄는 기사가 하나있다.
정확히는 기사가 아니라 뉴욕타임즈의 독자투고란에 실린 글이었는데, AIDS 백신개발에 임박했다는 과거의 보도도 생각나고 빌 게이츠도 나서 연구지원을 독려하겠다는 것도 생각나는데다가, 이래저래 정치기사들에 짜증도 난 터라 클릭하고 들어가 봤더니 나름 흥미로운 내용이었다.

제목이 "Grim Outlook for an AIDS Vaccine" 이란 그 독자투고글(http://www.nytimes.com/2008/03/30/opinion/30sun3.html)은 최근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AIDS 백신 개발 포기 움직임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1984년 미국에서 AIDS를 발병시키는 바이러스가 발견된 이래, 미국국립보건원의 재정적 지원을 받는 백신개발 연구가 지속되어 오고 있는데, 가장 유력한 백신 개발 후보였던 두개의 백신에 대한 작년 임상 실험 결과, 어처구니 없게도 백신을 맞은 사람이 더 AIDS에 감염될 위험이 높다는 결과가 나왔단다.
지난 2월 미국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노벨상을 수상한 생물학자, David Baltimore 는 AIDS 바이러스가 진화한 결과 사실상 백신을 통한 면역성 구축이 불가능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음을 역설했다는데 그것도 본격적인 "백신개발 포기" 여론 형성에 불을 지르게 되었나 보다. 노벨상 수상자가 힘들겠다고 고백했다는데, 우리 "황우석박사"께서는 "YES I CAN"만을 외쳤으니, 적어도 정신자세면에서만 보자면 "안되면 되게하라" 코리안이 우세해 보이기도 한다.

AIDS "백신"이냐 "치료제"냐 하는 논쟁에 결부되어 있는 문제는, 단순한 "연구 개발비" 배정과 관련된 것만은 아니다. 임상실험을 통한 백신개발로 "질병을 퇴치"하겠다는데 방점을 찍는 과학주의와 고통받는 환자들을 살리고 봐야한다는 현실론도 충돌하고 있고, AIDS를  전염병으로 보는 관점과 윤리적인 질병으로 바라보는 관점도 어지럽게 섞여있다. 문제는 최근의 임상실험실패가 "백신개발 포기"의 주요한 "과학적 근거"로 제시되고 있다는 점이 다를 것이다.

대학입학 논술시험이나, 구술문답고사에 내보면 딱일 주제인 것 같은데,

이미 AIDS 치료제 개발은 어느정도 수준에 올라와 있고, 완치는 아니라도 "생명연장"의 꿈은 버리지 않아도 된다고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이 몇몇 제약회사의 폭리에 휘둘리고, "해독제"를 가진 자의 전제적인 "바이오 팔러틱스"를 가능하게 만드는 조건이 되어, 이른바 미국에서 부르는 "바이오 캐피털리즘"의 시대를 여는 기능을 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는 분명, 일정기간 특허권을 보장 받고 시장을 독점할 수 있는 치료제 개발이 백신개발보다는 훨씬 더 "효율성"있는 투자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치료제는 개발 단계에서 부터 바로 투자자본을 회수할 가능성이 없지 않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백신개발이 만들어낼 경제적 효과도 적지는 않을 것 같다. "백신접종"을 필수적인 것으로 만드는 각국의 의료행정이 각국가에서 그 목록을 확대해 가고 있으니 말이다. 이젠 겨울이 되면 다들 "독감예방주사"를 맞는 세상 아니던가?

여전히 복잡한 문제인데, 독자투고의 글은 짧은 데다가 백신개발 포기론이 "패배주의적"이라는 "전투적 과학주의"에 호소하고 있어 나와 같은 비전문가는 판단을 유보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AIDS 치료제 개발에 대한 세금 지원에 반대하는 보수적 기독교 단체가 있는 미국만 생각하고 있다가,
백신이냐 치료제냐의 문제를 접하고 나니  도통 생각이 잘 정리가 안된다.

확실한 것은 만약 미국의 국립보건원이 예산 삭감이나 개발 포기를 선언하게 된다면,
All or Nothing이 되기 쉬운 바이오 벤쳐 마켓은 엄청난 충격파가 일게 될 것이란 것이고,

어쩌면 그래서 누군가 초기 여론차단을 위해 "알바형" 독자투고를 했는지도 의심도 가고....

그나저나 대체 AIDS 때문에 인종말살까지 위협당하고 있는 아프리카는 어찌할 것이고,
AIDS가 바이러스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아낸지 20년이 훌쩍 넘었음에도
아직도 적절한 검사나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숨어사는" 보균자들은 어떻게 할 것이란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