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미국 대학 임금 동결

오랜만에 대학 총장한테 이메일을 받은 기념으로(사실 총동문회에서도 왔다. 아직 난 학생인데 영 불편하다 기부를 요구할 때는 특히나) 이곳에 들어왔다.

대학 총장이 이를테면 가정 통신문겸 학교구성원 통지문으로 보낸 이메일이 한두번은 아니었지만, 이번 것은 미국경제의 암울함을 활자 한자한자에 가득 담은 느낌이다.

요지는 2010년에 일년에 $ 50,000 이상 임금을 받는 학교내 모든 직원들의 임금이 동결된단다. $ 50,000 이하의 임금을 받는 직원들의 경우엔 "괜찮았어요" 등급에 준하는 평가를 받으면 $ 1,000 보너스를 준단다.
그대신 의료보험등 각종 혜택은 변동이 없단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한국인들에게 이미 익숙한 "명퇴자"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새로운 사람을 안 뽑으며, 기존의 인력을 재배치하고 등등의 구조개선 조치를 취할 계획이란다.

대학 이사회의 결정이라는데, 작년기준으로 기부금이 약 20%가 줄어들었고, 경제위기 상황을 감안해서 최근 몇년간 최저수준인 3.9% 등록금 인상률을 책정한 결과, 앞으로 몇년간 1억 2천 5백만 달러정도의 재정적자가 예상된단다.
무슨 AIG도 아니고 리만브라더스도 아닌데, 하여간 재정이 아주 튼실하다고 평가받았던 미국의 한 사립대학의 상황이 이러하다.

그나마 다행인건 교육환경 개선에 대한 투자는 비록 속도가 예전 보단 늦을 지라도 계속 진행할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또 개인적으로는 박사과정생에게 제공되는 stipend가 이 와중에도 "소폭" 인상이 있을 것이라는 소식에 귀가 솔깃해졌는데, 몇달 전만해도 "소폭"이 아니라 전면적인 stipend 시스템 개선을 추진했던 것과 비교하면 뭐 이것도 동결에 가까운 소식이다.

어쨌든 총장왈, "우리는 현재 지금까지 우리가 익숙해져 왔던 최근 몇년과는 다른 세상으로 진입하고 있다"는데,
신문에서 기사만 읽다가 대학총장한테 이런 메일을 받으니 섬뜩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그래 신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다른 세상을 열기는 하는 모양이다.
그 다른 세상의 다음을 삶-노동의 몫으로 되돌리는 일이 필요하겠지!

미국의 사립대학이 기업화 되어있다는 사실은 뼈져리게 느낀 셈이다.
오바마가 대학이란 단어를 그 어느 때 보다 여러번 상하원 연설문에서 썼다던데...

그나저나 전봇대, 농림부장관 넥타이등 묘한 패티시즘이 있으신 우리 MB씨는 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교육엔 관심이나 있긴 한 것 일까? 하긴 교육에 대한 투자고 뭐시고 애들만 닥달하면 된다는 식의 일제고사가 있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