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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2.03 망각의 역사: Cancun 2003 WTO 투쟁 2
글
Portraits of Kaleidoscope/¡Viva Mexico! 2007
2008. 2. 3. 18:54
망각의 역사: Cancun 2003 WTO 투쟁
잊어버린 것일까? 아니면 이제 나도 무덤덤하게 뉴스를 보고, "시끄러운 세상"에 등을 돌리는 소시민적 삶에 익숙해져 버린 것일까?
칸쿤 여행 사진들과 감상기를 정리하다가 2003년 WTO 총회가 칸쿤에서 열렸다는 "정보"를 접한 것은 한참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 "웹정보"들을 들여다보고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저 칸쿤의 휴양지에서 있을 법한 일이 있었던 것이라고 넘겨버렸을 뿐.
시애틀의 투쟁은 반 세계화 투쟁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고 이래저래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언급이 되는 것이지만, 칸쿤에서 벌어진 전세계 농민들의 WTO 농산물 협정 체결 반대 투쟁에는 그다지 "특별한" 시선이 가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활복자살로써 한국의 비참한 농업 실상과 전세계 농민의 분노를 표출했던 한국 농민, 이경해씨에 대해서는 정말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기억의 태엽을 되감아 보니, 서울 도심에서의 격렬했던 장례, 추모 시위와 그 얼마 후 홍콩에서 열렸던 WTO 총회에 전투적으로 참가했던 한국 대표단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이 떠올랐다. 이경해씨의 죽음이 만들어낸 "농업문제"와 "반세계화" 담론의 고양을 보수언론들은 한순간에, 한국 반세계화 시위대가 죽창을 가져가고 입국 거부를 당했다는 논리로 깔아 뭉갰었다. "나라망신 시킨다"며 말이다.
그렇게 전세계 신자유주의화의 대표적 희생자들인 전세계 농민들의 절규는 도시 소시민의 삶에 흠뻑젖은 이들에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 뉴스를 보니, 그나마 존재하던 농업 정책지원 정부기관들이 이명박 정부하에서 민영화되거나 통폐합될 것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21세기 신자유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농민은 어떤 존재일까하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날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농민들이란 어떤 사람들로 이해되고 있는 것일까? 밭을 갈아 엎고, 쌀가미니를 도로에 흩뿌리고,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심지어는 미래없는 삶을 비관하며 농약을 마셔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회. 고작 중국으로 동남아로 해외 원정 결혼을 떠나는 사람들로만 이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라는 노래를 부르던 "거리의 민주화"세대는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는데만 열을 올릴 뿐 정작 농민의 삶 같은 건 관심 없어하는 것은 아닐까? 하긴 90년대 초반 이른바 WTO의 전신이었던 우르과이 라운드 (UR) 반대 투쟁을 할 적에 대장정에서 나온 한 팜플렛에서 우르과이 라운드가 체결되면 농민이 대거 농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몰려와 사회불안이 야기된다는 농민에대한 "잠재적 범법자"논리를 "진보"의 이름으로 펼쳤던게 기억이 난다. 이런데 쓸말은 아니지만, 자칭 맑스주의자라던 그들의 어처구니 없는 논리에, "학출 피디" 개놈들이라며 길길이 분개했던 것 같다. 차라리 "농자지천하지대본"이고 "신토불이"라는 농협광고를 들고 나온 오늘날의 "종북주의자"들이 더 나아보이기까지 했으니까. 박정희도 새마을 운동을 통해 대규모 "산업예비군"을 확보하면서 그리 넋나간 소릴 해대지는 않았고, 그후에 잘살아보세 전두환으로 부터 노태우 시대에 본격화된 농공단지 조성 정책으로 농민을 "가두는" 작업도 상당히 이루어지던 그 시절에 그게 무슨 똥 된장 못가리는 망발이었단 말인가?
그 주장에 동조했던 자들중의 상당수가 지금 민노당에서 척결하고자 하는 "종북주의"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그들 또한 적어도 과거에 이미 "척결될" 존재였던 적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이미 그때 학출운동권의 다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자식들이었으니까 농민의 삶이 어찌 된다는 것보다는 자기들 생활 공간이 위태로워지는게 정서적으로 더 긴급한 문제였을지도 모를일이다. 농활을 MT가듯 가기 시작했던 시기였으니까...
IMF 시기 한국의 노동자들이 "I'M Fired!"라는 티셔츠를 입고 투쟁했던 모습이 미국의 많은 학자들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분명한데, 사실 아무도 한국농민들의 칸쿤과 홍콩에서의 투쟁을 기억하지는 않는 것도 같다.
이경해씨가 생전에 울부짖었던 "WTO Kills Farmers!" 라는 구호는 "신자유주의"를 논하는 아카데미 내부에서마저도, "해프닝" 혹은 "불가피한 희생"등등의 논리속에서 파묻혀버렸다는 생각도 들고....
한국 농민의 피로쓰여진 칸쿤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좀 쉬어야겠다고 떠났던 내 여행의 흔적들이 몹시나 부끄러워지는 밤이다.
이경해씨 글 (추모 페이지) 이경해씨 관련 WTO 투쟁 기사 (민중의 소리) : 이경해씨 추모 홈페이지 (영문)
칸쿤 여행 사진들과 감상기를 정리하다가 2003년 WTO 총회가 칸쿤에서 열렸다는 "정보"를 접한 것은 한참 전의 일이다. 그런데 그 "웹정보"들을 들여다보고도 별다른 감흥이 없었다. 그저 칸쿤의 휴양지에서 있을 법한 일이 있었던 것이라고 넘겨버렸을 뿐.
시애틀의 투쟁은 반 세계화 투쟁의 전기를 마련한 것이고 이래저래 아카데미 내부에서도 끊임없이 언급이 되는 것이지만, 칸쿤에서 벌어진 전세계 농민들의 WTO 농산물 협정 체결 반대 투쟁에는 그다지 "특별한" 시선이 가지 않았었다. 그리고 그 한복판에서 활복자살로써 한국의 비참한 농업 실상과 전세계 농민의 분노를 표출했던 한국 농민, 이경해씨에 대해서는 정말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기억의 태엽을 되감아 보니, 서울 도심에서의 격렬했던 장례, 추모 시위와 그 얼마 후 홍콩에서 열렸던 WTO 총회에 전투적으로 참가했던 한국 대표단에 대한 보수언론의 공격이 떠올랐다. 이경해씨의 죽음이 만들어낸 "농업문제"와 "반세계화" 담론의 고양을 보수언론들은 한순간에, 한국 반세계화 시위대가 죽창을 가져가고 입국 거부를 당했다는 논리로 깔아 뭉갰었다. "나라망신 시킨다"며 말이다.
그렇게 전세계 신자유주의화의 대표적 희생자들인 전세계 농민들의 절규는 도시 소시민의 삶에 흠뻑젖은 이들에게 별다른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던 것 같다.
최근 뉴스를 보니, 그나마 존재하던 농업 정책지원 정부기관들이 이명박 정부하에서 민영화되거나 통폐합될 것이라고 하는데,
도대체 21세기 신자유화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농민은 어떤 존재일까하는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 날이다.
오늘날 한국에서 농민들이란 어떤 사람들로 이해되고 있는 것일까? 밭을 갈아 엎고, 쌀가미니를 도로에 흩뿌리고, 고속도로를 점거하고 심지어는 미래없는 삶을 비관하며 농약을 마셔도 눈하나 깜짝하지 않는 사회. 고작 중국으로 동남아로 해외 원정 결혼을 떠나는 사람들로만 이해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삼천만 잠들었을 때 우리는 깨어~"라는 노래를 부르던 "거리의 민주화"세대는 유기농 농산물을 사먹는데만 열을 올릴 뿐 정작 농민의 삶 같은 건 관심 없어하는 것은 아닐까? 하긴 90년대 초반 이른바 WTO의 전신이었던 우르과이 라운드 (UR) 반대 투쟁을 할 적에 대장정에서 나온 한 팜플렛에서 우르과이 라운드가 체결되면 농민이 대거 농업을 포기하고 도시로 몰려와 사회불안이 야기된다는 농민에대한 "잠재적 범법자"논리를 "진보"의 이름으로 펼쳤던게 기억이 난다. 이런데 쓸말은 아니지만, 자칭 맑스주의자라던 그들의 어처구니 없는 논리에, "학출 피디" 개놈들이라며 길길이 분개했던 것 같다. 차라리 "농자지천하지대본"이고 "신토불이"라는 농협광고를 들고 나온 오늘날의 "종북주의자"들이 더 나아보이기까지 했으니까. 박정희도 새마을 운동을 통해 대규모 "산업예비군"을 확보하면서 그리 넋나간 소릴 해대지는 않았고, 그후에 잘살아보세 전두환으로 부터 노태우 시대에 본격화된 농공단지 조성 정책으로 농민을 "가두는" 작업도 상당히 이루어지던 그 시절에 그게 무슨 똥 된장 못가리는 망발이었단 말인가?
그 주장에 동조했던 자들중의 상당수가 지금 민노당에서 척결하고자 하는 "종북주의"에 대한 분노만큼이나 그들 또한 적어도 과거에 이미 "척결될" 존재였던 적이 있음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사실 이미 그때 학출운동권의 다수는 "도시에서 나고 자란" 자식들이었으니까 농민의 삶이 어찌 된다는 것보다는 자기들 생활 공간이 위태로워지는게 정서적으로 더 긴급한 문제였을지도 모를일이다. 농활을 MT가듯 가기 시작했던 시기였으니까...
IMF 시기 한국의 노동자들이 "I'M Fired!"라는 티셔츠를 입고 투쟁했던 모습이 미국의 많은 학자들에게 인상적이었던 것은 분명한데, 사실 아무도 한국농민들의 칸쿤과 홍콩에서의 투쟁을 기억하지는 않는 것도 같다.
이경해씨가 생전에 울부짖었던 "WTO Kills Farmers!" 라는 구호는 "신자유주의"를 논하는 아카데미 내부에서마저도, "해프닝" 혹은 "불가피한 희생"등등의 논리속에서 파묻혀버렸다는 생각도 들고....
한국 농민의 피로쓰여진 칸쿤의 역사를 기억하지 못하고, 그저 좀 쉬어야겠다고 떠났던 내 여행의 흔적들이 몹시나 부끄러워지는 밤이다.

칸쿤의 반세계화 시위에 참여하던 생전의 이경해씨
이경해씨 글 (추모 페이지) 이경해씨 관련 WTO 투쟁 기사 (민중의 소리) : 이경해씨 추모 홈페이지 (영문)

2003년 당시 서울 거리시위 - AFP 사진

2003년 칸쿤- "이경해를 기억하라!"
농민 이경해의 이름이 보인다. (그린피스 리포트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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