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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03.13 Chichen Itza 의 야간 조명 쇼
글
Portraits of Kaleidoscope/¡Viva Mexico! 2007
2008. 3. 13. 12:59
Chichen Itza 의 야간 조명 쇼

치첸 이차의 정문.
머리위에 해를 이고 칸쿤을 출발했던 버스는 어둠의 이불을 덮고서야 치첸이차에 도착해 외국인 배낭여행자들을 부리고선 최종 목적지인 메리다로 향했다.
도대체 멕시코 버스 기사는 몇시간 동안 운전을 해야하는 것일까?
칸쿤에서 치첸이차까지 6시간이 넘게 서다가다를 반복했었는데, 버스는 또다시 그렇게 몇시간을 더 가야만 했던 모양이다.
지루한 버스 여행에 그나마 잠깐 동안 활력을 불어넣었 던 것은, 옆자리에 앉은 이스라엘 출신 배낭여행자를 만난 것이었다. 그는 코넬에서 1년동안 박사후 과정을 보내고 있는데, 겨울 방학 동안 1달 남짓 멕시코와 에쿠아도르등을 여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그동안 주로 캠핑을 하면서 여행을 해왔다는데, 그 도전 정신에 사못 경외감도 들었다. 치첸이차에서도 텐트를 치고 잘 계획이라고 하던데, 군대에서 행군할 때를 마지막으로 텐트생활을 졸업한 나같은 경우는 그런 생각을 한번도 안해본 것이기도 했고, 대체로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뭐 그렇게 까지"가 주요한 변명이 된 상태여서 그의 적극적인 여행자적 자세에 얼마간 질투가 났던 것도 같다.
그런저런 이질감(?) 때문이었는지 아니면 이스라엘과 유태인에대한 해묵은 정치적 편견 때문이었는지, 여행 "동반자"를 만났다는 "반가움"을 적극적으로 표현했다기 보단, 다소간 "사무적"인 어투로 대화를 나눴던 것도 같다. 인간이 갈수록 "못 쓰게" 되가고 있는 것도 같고.....
나는 치첸이차의 유적지에서 가장 가깝다는 피라미드 인에 예약을 해 놓은 상태여서, 치첸이차 유적지에 버스가 잠깐 멈춰설 때 서로 마지막 인사를 나눴는데, 나중에 다시 만나게 됐다.
들어보니 치첸이차의 유적지에서 캠핑이 금지되어 잘 곳을 새로 찾아야하는 상황이었다.
나중에 공연을 함께 본 후 함께 피라미드 인으로 돌아와 묵었다.
부럽고 고마웠던 것은, 그가 자신의 초보 에스빠뇰를 이용해서, 히치하이킹을 해주었다는 것이다.
주차장에서 막 떠나려던 차를 대범하게 불러 세우더니, 호텔까지 태워다 줄 것을 부탁했다.
다행히 친절한 멕시코 부부가 혼쾌히 동의해서, 칠흙같이 어두워진 길을 걸어가지 않아도 되었다.
그렇지 않아도 호텔에서 유적지까지 걸어오면서 나중에 다시 돌아갈 일이 까깝할 것 같았었는데,
역시 구하는 자 얻을 것이고, 구하는자 곁에 있는자 덩달아 얻기도 한다.
론니플레닛에 보면 치첸이차의 야간 조명쇼에 대해서, 양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가격 대비 만족도가 좀 떨어진다" 는 평가가 있다는 일각의 의견을 소개하는 한편에, 그래도 "한번쯤은 볼만하다"라고 나름 긍정적인 의견도 내놓고 있었던 듯.
어쨌든 한번은 봐줘야겠다고 차안에서 계획을 세웠는데, 버스는 그런 계획이란 아랑곳 하지 않고 길가의 사람들을 머금었다 뱉어내기만을 반복했다. 시간이 지나 갈수록 공연시작전에 도착할 수 있을까 조마조마 하던 차에, 갑자기 새로운 걱정거리가 하나 떠올랐다. "혹, 일요일날은 쉬지 않을까?"
멕시코 사람들은 대부분 카톨릭이니 어쩌면 일요일날 저녁엔 공연을 하루 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 것이다. 지나고 보니 그 "사서 한" 걱정은 정시 도착을 못해서 공연을 놓칠 지도 모른다는 차내 불안감을 이완시키위한 것이기도 했던 것도 같다.
다행히 버스는 공연시작 한시간 전쯤 호텔 앞에 우리를 내려줬다. 버스기사가 항상 지나치는 곳이라고-나중에 알고 보니 호텔 바로 옆에 간이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호텔 건너편 길에 차를 세워주기 까지 했다.
체크인을 하고 주인에게 물어보니 일요일날에도 공연이 있다고.



012
12월 중순의 멕시코밤은 예상과 달리 정말 추웠다.
영상의 기온을 유지한다고는 하지만 일교차가 10도 이상씩 나는 날씨는 나무잎만 붉게 물들이고 털어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사시나무 떨 듯하거나 어깨를 움츠릴 수 밖에 없게 만들었다.
생각해 보니 베트남의 겨울을 처음 겪었던 2005년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던 듯 하다. 너무 추워서 전기담요를 빌려 잘 수 밖에 없었던 하노이의 겨울 밤 그리고 반팔을 입어야 했던 겨울 낮.
라이트쇼에는 단체 관광객 보다는 대개 개별 여행자들과 멕시코 국내 여행자들이 대다수로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의 단체 여행객은 칸쿤에서 하루일정으로 치첸이차를 들러가거나, 아니면 메리다 가는 길에 들르기 때문에 저녁시간에 하는 이 공연을 일정에 배치하기가 쉬운 것은 아니었을 것 같았다.
치첸이차 밖의 풍경이 여행지의 전형적 풍경과는 달리 황량한 느낌을 주는 것은 아마도 그렇게 스쳐지나가는 관광객들이 만들어낸 것이기도 했을 것 같다.
한데 많은 외국 단체 여행객들이 "단일치기"해서인지 라이트쇼의 구성도 매우 단조로운 것이었다. 영어 번역기를 입구에서 대여해주기도 했지만, 에스빠뇰로만 나레이션을 하는 데다가, 레이져 쇼 같은데 익숙해진 터라서 그런지 그냥 건물에 형형색색 조명만 들어왔다 나갔다하는 "비주얼"이 추운 날씨와 버무러져 별다른 감동을 못 만들었다. 그나마 버스에서 만났던 이스라엘 대학원생이 간간히 자신의 "초보 스페인어 실력"으로 번역해주는 것 마저 없었다면, 그저 치첸이차의 역사와 건물들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추측할 수 밖에 없었을 것 같다. 이스라엘 청년의 띠엄띠엄한 번역은 그 추측이 맞다는 사실만 확인시켜줬지만....
야간 조명쇼 티켓은 정규 관람티켓과 분리해서 판매하는데, 티켓과 함께 구입하면 약간의 할인율이 적용되었다. 또 학생증을 내보이면-대학원생증이었지만, 학생 할인 요금 적용을 받을 수도 있었다. 나처럼 야간에 도착해서, 다음날 다시 돌아와 유적지를 둘러보는 사람들도 저녁에 미리 입장권을 조명쇼 티켓과 함께 구입할 수도 있다.


01
치첸이차의 입구에는 파바로티의 공연을 기념하는 포스터와 표지석이 있다. 1997년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치첸이차 공연은 그 음악사적 지위 뿐만 아니라, 치첸이차를 "세계의 불가사의" 건축물의 하나로 각인 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자세히 보니 입구의 기념 표지석은, 2007년 9월 파바로티가 사망한 이후 유카탄 주정부에서 만든 것이다.
파바로티의 팬들이, 파파로티 생전의 멕시코 치첸 이차에서의 역사적 공연을 지나칠 수 없는 한,
치첸이차는 한시대 유럽적 대중문화 전통을 추헉하는 "배경"으로 또한 각인되어 질 듯.
물론 치첸이차는 한국이 호돌이 세상이 되었을 때 이미 세계문화유산의 지위를 획득했었으니, 파바로티가 굳이 필요하진 않았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서울이 올림픽 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보다 "파바로티가 치첸이차에서 공연했다"는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의 인구학적 분포가 보다 글로벌 할 수도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동안 여러 세계 정상들도 다녀 갔지만, 파바로티가 만들어내는 "상품성"보다 못 했던 것은 분명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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