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미 대선 방송 최대 스타 CNN "Magic Wall"

미국 대선의 민주당 경선이 전례없이 치열하게 전개되면서, 미국 언론사들도 제각각 자신들의 공신력과 대중적 영향력을 드높이는 기회로 활용하고자 적극 노력하고 있다. 그 경쟁의 과정에서, 현재까지는 CNN 이 케이블 뉴스의 “명가”로써 자부심을 뽐내고 있는 중이다. 이른바 “최고의 정치 뉴스팀 The best political team”을 선언한 CNN은 네 사람의 뉴스 스타들을 중심으로 방송을 이끌어가고 있다.

     

                          Wolf Blizer                    Candy Crowley            Anderson Cooper           Jonh King

 
Wolf Blizer 는 CNN 의 간판급 프로그램 진행자이니 우리로 치면 엄기영 정도 되는 지위의 앵커이고, Candy Crowley 는 여성으로 워싱턴 DC의 정가를 취재하는 정치분석가로 이름을 날리던 기자, Anderson Cooper 는 CNN의 또다른 간판급 저널리즘 프로그램인 Anderson Cooper 360 을 진행하며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게이 중 두번째로 뽑힌적 있는 저널리스트이고, John King 은 AP 정치부 기자출신으로 CNN의 Chief National Correspondent 를 맡고 있다.

그러면 미국 시청자들은 누가 CNN의 뉴스 보도에서 가장 인상적인 보도를 해내고 있다고  보고 있을까? 위의 사람? 안타깝게도 미 대선방송을 지켜본 사람들은 "사람"이 아닌 "기계"를 뽑을지도 모르겠는데, 하여 정답은 CNN 이 야심차게 준비한 이른바 “마법의 벽” The Magic Wall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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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hn King 과 the Magic Wall System


이 "마법의 벽"은 한국의 방송들도 선거기간에 시도하곤 하는 “xxxx 스튜디오” “매직 스튜디오” 등등의 현란한 컴퓨터 그래픽 스튜디오의 개념을 일순간에 깨트리고, 방송 스튜디오를 현장성과 역동성을 강조하는 개념으로 돌아가게 함으로써 (패널을 제외한 모든 진행자는 스튜디오를 걸어서 이동하면서 진행한다) 전통적인 뉴스 스튜디오 개념을 바꾸어냈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통해 대선 방송을 하나의 거대한 실시간 “극장 연희”으로 변모시키는 성공했다.

“매직 월”은 어떤 방송에서도 흉내 없는 독특한 “연기자” performer 로 극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는 것이다.


John King 이 주로 다루는 "the Magic Wall." 복잡한 미국 경선 시스템과 진행상황을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것 뿐만아니라, 동적인 그래픽 프리젠테이션의 신기원을 이루었다고 감히 말할수 있을 것이다.



The Magic Wall 의 또다른 방송에서의 활용.

이 화면을 본 사람들은 대개 작년 전세계 통신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iPhone 을 떠올리는데, 첫인상은 이 "마법의 벽"이 "벽걸이 아이폰"으로 보이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또 일단의 사람들에게는 스티븐 스필버그의 "마이너리티 리포트"에서 선보였던 기술이 이제 상용화 단계에 이르렀음을 확인하는 것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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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개봉한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한장면


기술
은 하루가 달리 진보하지만, 그것이 어디에 쓰일 수 있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대체로 시장의 논리와 그 논리를 벗어난 인간의 창조적 아이디어의 결과물이다. 

CNN에 "마법의 벽"이 도입되는 역사도 그러한 역사와 무관하지 않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CNN의 정치관련 프로그램을 총괄하고 있는
David Bohrman 은 2006년 Texas 에서 열린 정부와 정보관련 산업을 위한 무역박람회에서 이 "마법의 벽"을 처음 접했다고 한다.

그 이후, 2007년 가을부터 시작되는 미국 대선후보 경선에 이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하고,  경선 방송용으로 프로그램을 설치하는데 Iowa 경선이 시작되기 3일 전에 성공함으로써 CNN의 대선방송에 시청자들의 눈을 고정시키는데 성공 했다고 한다.

기본 시스템의 가격이 약 $ 100,000 로 알려진 이 시스템은 최초에는 CIA와 미군에 최초로 납품되었다고한다. 다시말해 "작전상황실"에서 브리핑용으로 기획된 셈이다. 이 시스템의 폭넓은 가능성을 확인한 것은 CNN 의 몫이라고 할 수 있고, 이제 전세계 시청자들은 이 시스템이 학교 교육에서 칠판을 대체할 날이 멀지 않았음을, 또 이 "마법의 벽"이 조만간 파워포인트를 구시대 유물로 만들게 될 것임을 예상할 수 있게 되었다.


"The Magic Wall" 의 개발회사 Perspective Pixel 의 공식 프로모션 비디오.

CNN의 대선 방송 스타로 등극한 "마법의 벽"을 개발한 사람은 32세의 뉴욕 대학 대학원생인 Jeff Han (이름으로는 중국계나 한국계일 수도 있을 것 같다)이다. 작년에 학교를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Jeff Han 은 고작 10명의 사원을 가진 회사로 미국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했다.

워싱턴 포스트의 보도에 따르면 얼마나 많은 유닛이 판매되었는지 또 CNN은 얼마를 지불했는지 밝히기를 거부하고 있다는데, 어쨌든 CNN이 이 "퍼스펙티브 픽셀"의 미디어 시장 상용화에 최초에 성공한 사례로 기록 될 것임은 틀림 없는것 같다. 이 "마법의 벽" 공식 개발명칭은 "Multi-Touch Collaboraton Wall" 이라고.

회가 더해 갈수록 시스템 소프트웨어도 진화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구글 맵과 연동해서 각 선거구의 지형과 날씨, 인구분포 등까지도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데도 성공하고 있다. John King 이 말한데로, 이 "마법의 벽"은 이제 시청자에게 보다 많은 정보를 제공하는 보다 효과적인 기술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더이상 일기예보를 하는 리포터들이 우산 쓰고 비옷 입고 아무것도 없는 벽 앞에 서서 "시퀀스"에 맞춰 판토마임을 펼치지 않아도 될 것이고, 반면 아나운서들은 기계처럼 원고를 읽는 역할에서 벗어나 실제로 기계를 다루는 "연기"를 펼쳐야 하는 것이 일반적인 시대가 멀지 않은 것 같다.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른바 "멀티 터치 스크린" 시스템의 가장 앞선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가 실제로는 마이크로 소프트라는 것이다.  아직 상용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지는 않은데 최근 CNN의 "마법의 벽"이 주목받으면서,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겠다고 발표를 했다고 한다.  아마도 이번 봄에 최초의 시제품이 출시될 것 같다고.

마이크로 소프트의 "Surface" 시스템이 다른게 있다면, "벽"이 아닌 평평한 판넬 그러니까 테이블 모델로 기획되었다는 것이고, 정보전송의 영역까지 포괄한 기술이란 점일 테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마이크로 소프트의 시스템은 다른 기기들과의 통합시스템을 염두한 것이고 결국 시장 지배의 획기적 기재로써 터치스크린 panel 시스템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 "제왕적" 사고에 조금은 거부감이 드는데..

어떻든 마이크로 소프트까지 본격적으로 시장에 뛰어들면 우리의 "비주얼 세계"는 다시한번 격변의 시대를 경험하게 될 것임이 틀림 없는 듯...




끝으로 덧붙이고 싶은 게 있다면, 한국의 방송들도 "자막 놀이" 수준에서 좀 벗어나서, 대중에게 새로운 영감을 불러넣는 과감한 실험들을 좀 해보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미디어가 세상을 리드한다는 사실은 대중의 나른한 수동적 정보취득에 바탕을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디어로의 새로운 결합지점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에 기초하는 것 아니겠는가?
연예인을 동원하고 개그를 도입하는 선거 방송이 고작 "혁신적 프로그램 기획"이 되기보다는 정보의 전달을 어떤 방식으로 할 것인가를 두고 진지하게 고민하는 노력이 더욱 필요하다고 여겨지는데, 최근에 시도되고 있는 CNN이나 BBC의 현지 직접 송출 시도, 그리고 더욱 공격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CCTV 9등과 같은 위성 뉴스 시장을 고려하면, 방송들도  이젠  그 "기본적  역할"을  누가 더 효과적으로 재활성화 해내는가가 다양화된 미디어 시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 같다.

* 사족하나, 사실 한국의 정치지형이라고 일반적으로 말하는 것들이 너무나 두리뭉실할 때가 많은데, 정치학이나 사회학 전공자들이 보다 적극적으로 "유권자"의 신화들을 규명해 내는 것이 정치문화 발전에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근거와 표본도 부실한 "여론조사"가 대통령 후보들을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묘한 정치적 전통을 가진 한국이고 보면, 이른바 여론의 신화를 세속적인 것으로 만들어내는 것이 일차적으로는 더 필요할 듯.
보다 멋지고 세련된 프리젠테이션 미디어가 있으면 뭐할 것인가? 그것을 담아 낼 내용이라는게 없으면 말이다.